욕설·비방… 사옥 앞 흉물 현수막에 기업들 ‘몸살’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0 11:54
  • 업데이트 2023-05-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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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눈살 찌푸리게 ‘난립’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주변에 회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어지러이 걸려 있다. 본보 독자 제공



■ ‘집시법’ 개정 시급

삼성·현대차·KT 지속적 피해
띠줄·피켓·천막으로 ‘생떼 시위’
제재 받아도 문구고쳐 다시 걸어
“국회 방치, 국민갈등 키워” 지적


대기업 사옥 주변에서 혐오스러운 표현과 왜곡된 정보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막무가내식 떼법 시위가 관행화되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기업 비방은 물론 타인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도 넘은 행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온적인 규제가 오히려 이들을 부추기며 대기업 주변은 각종 욕설로 도배되고 있다. 국회에는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여야 모두 뒷짐을 지면서 국민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서초사옥,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KT 광화문사옥 등 대기업 사옥 주변은 각종 현수막과 고성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 서초사옥 주변 현수막에는 정돈되지 않은 빨간색 글씨체로 ‘갑질하고 직무 유기하는 XX’ 등의 자극적 문구가 적혀 있다.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인근에는 기업은 물론 담당 구청까지 비방하는 ‘대기업 X개 노릇 XX구청’ 등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KT 광화문사옥에는 ‘범죄 경영진 구속처벌’ 등 명예훼손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다수 설치돼 있다. 이외에도 서울 도심에 자리한 국내 대기업 사옥 주변에서는 현수막과 띠줄, 피켓, 배너, 천막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년째 시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시시비비가 가려진 사안임에도 일부 시위자는 허위 주장을 근거로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떼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현행법에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기업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10년 이상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A 씨는 무분별한 시위 방법으로 인해 법원의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문구만 조금 바꾼 현수막을 다시 내걸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민폐성 시위는 개인과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인근을 지나는 일반 시민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시위 장면을 SNS로 생중계하면서 온라인상에서 허위 사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화, 산업화 등을 거치며 집회·시위에 관대했지만 이제는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한 시위가 주를 이룬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는 집회·시위 현장의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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