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분신 뒤에 숨은 건폭의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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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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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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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지난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간부가 영장심사를 앞두고 분신해 숨졌다. 이유야 어쨌든, 또 한 생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 간부의 극단적 선택의 책임을 정부·경찰의 탓으로 돌렸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강압수사·단속으로 노조를 악마화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1일 정부·경찰을 규탄하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열었다.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은 잠시 접어두고, 먼저 건설노조가 지금까지 건설 현장에서 보여 준 모습들이 정당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건설 현장의 노조를 ‘건폭’이라고 낙인찍어 악마화하며 탄압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인데, 과연 그 주장이 사실에 부합할까? 경찰은 건설 현장 200일 특별단속을 통해 불법행위 총 866건(5071명)을 적발했고, 이 중 74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대부분은 양대 노총 소속 건설노조원과 군소노조원이었다. 지난 연말부터 1월 13일까지 열흘 남짓 진행한 국토교통부의 건설노조 피해사례 일제 조사에서 확인된 불법행위만도 2070건에 달했다. 구체적인 사례는 점입가경이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 문제로 태업을 일삼거나, 노조원 채용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차량 등을 동원해 공사장 입구를 막아 공사 자체를 지연시키는 정도는 점잖은 편에 속한다. 현장 소장 사무실을 찾아가 집기를 던지며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노조원에게 태업 지침을 내리고 현장 건설사 관계자의 약점을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행위도 경찰의 단속을 통해 확인됐다. 건설노조는 힘없는 하도급 업체나 현장 책임자를 압박해 돈을 뜯어내고, 일자리를 강요하는 행태가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며, 이를 불법이라고 말하는 정부가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직폭력배들마저 노조라는 이름을 앞세워 건설 현장에 들어와 똑같은 행동으로 공사를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도급 업체들은 이번 정부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 단속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군소 노조마저 채용을 강요하며 불법집회를 하거나 약점 잡기식 신고를 시도해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거의 사라졌다. 무엇보다 불법적 관행인 타워크레인 월례비 요구는 거의 사라져 입찰 시 견적 단가를 낮출 정도란 전언이다.

이미 거대 노총은 불법 횡령·배임과 불투명한 회계 등으로도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정부서 덩치를 키운 노조가 더 이상 힘으로 상대적 약자를 누르고, 같은 동료의 죽음 뒤에 숨어 그간의 불법행위를 정당한 노조·투쟁 활동이라고 왜곡하는 일에 대해 국민은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락·답보 상태이던 대통령 지지율이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해 엄단을 지시한 이후 반등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건설 현장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받는 불법 하도급 문제나 건설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 문제는 정부나 사측과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물리력을 행사해 초등학교 준공기일을 늦춰 입학까지 지연시키는 행위로 원하는 바를 얻는 시대는 진즉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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