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尹, 야당에도 화해 악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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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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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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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희 정치부 차장

“윤석열 검찰총장님 힘내십시오” “윤석열은 즉각 사퇴하라”.

3년 전,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사이로 난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향한 응원과 비판의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았다. 대검찰청 앞은 보수단체들이 보낸 화환 행렬이 결혼식장을 방불케 했다. 주말이면 ‘검찰개혁’ ‘조국수호’ 시위와 ‘조국 구속’ 맞불 집회가 서초동 거리를 넘어 광화문까지 넘쳐 흘렀다. 조국 사태가 터진 2019년 8월부터 2021년 3월 윤 대통령 검찰총장 퇴임 때까지 한국 정치는 그렇게 두 동강이 났다.

오래된 서초동 기억을 다시 불러낸 것은 대통령실 참모의 한마디였다. 이 참모는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왜 만나지 않느냐고 묻자 ‘조국 사태’ 얘기를 꺼냈다. “조국 사태 이후 한국 정치가 양분화됐고, 타협의 공간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다. 여야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싸우는 마당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악수하는 그림은 ‘쇼’에 불과하다는 얘기로 들렸다.

윤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윤 대통령은 광장의 분열 원인과 과정, 결과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다. 성난 민심은 당시 수사에 매진하던 검찰총장을 광장으로 불러내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보수정당에서 돌아선 민심, 조국 사태로 갈 곳 잃은 중도층 표심이 윤 대통령 대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대선 이후엔 그 흔한 허니문조차 없었다. 인수위원회 시절 여소야대 지형 탓에 이례적으로 정부개편안을 보류해야만 했다. 국회 입법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 개정을 우회로로 사용해 ‘시행령 통치’라는 말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갈라진 광장 속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뤄낸 승자이자,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피해자였다.

그런 대통령의 판단은 오늘날 현실을 냉철하게 관찰해 내린 결론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여선 안 된다. 야당과 달리 대통령은 성과로 평가받는 자리다. 국무회의에서 “거야 입법에 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고 했지만, 대통령은 물론 참모와 여당이 먼저 적극적으로 야당 설득에 나섰는지는 의문이다. 주요 국정 과제인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더욱 정밀한 소통과 조정이 필요한데도 구호에만 머물 뿐 실질적인 진전은 찾기 어렵다. 야당과의 대화에 매달리기보다 내년 총선 승리를 더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머뭇거리는 일본에 먼저 손을 내밀어 한일관계 해빙기를 이끌어냈다. 수백 년간 쌓인 국민감정을 뛰어넘어 미래로 가자는 취지에서다. 한국의 여와 야는 어떠한가. 일본에 건넸던 화해의 손길을 이제 야당에 먼저 내밀 수는 없나. 대통령의 청이 이재명 대표와 핵심 지도부를 설득할 순 없어도 그들을 둘러싼 헐거운 지지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했지만, 윤 대통령은 화해의 악수로 그 강을 뛰어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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