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의 벽’ 못 넘고 떠나간 연인에 헌정[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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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8 09:02
업데이트 2023-05-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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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월광’

31세때 완성, 3악장으로 구성
“달빛 호수 위 조각배와 같다”
독일 시인 극찬뒤 ‘월광’ 불려


베토벤은 위대한 작곡가이기 전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다.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행하던 ‘피아노 배틀’에서 그 어떤 피아니스트도 즉흥 연주로는 베토벤을 대적할 수 없었다. 하지만 1798년 무렵 그가 피아니스트로서, 또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8세 때부터 그의 귀는 서서히 먹어갔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시기부터 명작들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베토벤의 작품 목록에 있어 교향곡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피아노 소나타’이다. 32개의 주옥같은 작품 중 ‘3대 피아노 소나타’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바로 ‘월광’ ‘비창’ ‘열정’이다. 그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월광’일 것이다.

‘월광 소나타’가 탄생한 1801년은 베토벤 인생에서 가장 격정과 혼란에 휩싸인 시기였다. 이제 음악의 메카 빈에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명성을 떨치게 됐지만, 한편으론 그의 청력이 급격히 나빠진 시기였다.

하지만 절망의 시기 베토벤에겐 사랑이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있었다. 베토벤의 초상화(갈퀴 머리와 광기 어린 눈빛) 때문에 흔히들 베토벤을 괴팍하고 내성적이었을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중 ‘월광 소나타’가 탄생된 31세 때 사랑했던 여인은 줄리에타 귀차르디라는 귀족 아가씨였다. 베토벤보다 12살 연하였던 귀차르디는 원래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우던 제자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졌고 서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발전해 나갔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엔 커다란 장벽이 있었다. 바로 신분의 벽이었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를 사랑하고 있어. 나도 그녀를 사랑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신분이 다르다네.” 베토벤이 그의 평생지기 친구인 베겔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그의 이름을 얼핏 보면 가운데의 ‘판’ 때문에 귀족이라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그는 할아버지에게까지만 이어진 네덜란드 귀족의 혈통을 이어받았을 뿐 평민에 불과했다.

그가 제아무리 당대 최고의 음악가로 명성을 떨쳤다 한들 신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결국 백작 가문의 예비 장인 장모에게 허락을 받지 못했고 두 사람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1803년 귀족인 갈렌베르크 공과 결혼했고 남편과 함께 나폴리로 떠났다. 베토벤은 애초에 ‘월광 소나타’를 그의 연인이었던 귀차르디를 위해 작곡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민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버리고 떠나간 그녀를 위해 헌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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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환상풍의 소나타’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베토벤 사후에 ‘월광 소나타’라는 제목으로 불렸다.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지 5년 뒤 1832년 독일 베를린의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루트비히 렐시타프는 이 곡의 1악장에 대해서 “달빛이 일렁이는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에 떠 있는 한 척의 조각배와 같다”고 묘사했고, 이때부터 그의 평론처럼 ‘월광 소나타(Mondscheinsonate, Moonlight Sonata)’로 불리게 됐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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