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국회 자정 능력 상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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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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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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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완 정치부 차장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중 피감 기관장에게 자주 하는 말이 “사퇴하세요”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국회의원은 팔이 안으로 굽는 동료 의원들의 후광을 등에 업고 당규와 국회 규범을 미꾸라지처럼 피해 ‘보신주의 끝판왕’의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최근 ‘코인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회·정당 윤리 시스템이 얼마나 헐겁고 느슨한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도 정작 결의문에는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내용이 쏙 빠졌다.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당규 7호 윤리심판원 규정 18조에는 ‘징계 절차가 개시된 이후 해당 사안의 심사가 종료되기 이전에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징계 혐의자가 탈당하는 경우 윤리심판원은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을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징계 절차 중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당규 18조 적용을 회피했다. 기시감이 드는 건, 앞서 이 대표가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의 당헌 80조 적용을 유권해석으로 빠져나간 것과 흡사해서일 테다. 당규 18조가 적용된다면 김 의원은 당원 제명 결정으로 향후 5년간 복당 심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읍참마속’(泣斬馬謖·큰 목적을 위해 아끼는 사람을 벌함)은커녕 권위를 세워야 할 칼로 풀도 베지 못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국회 윤리특위인데, 이 또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의원이 윤리특위에서 심판을 받더라도 징계를 받을 확률은 밧줄이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윤리특위가 구성된 1991년부터 지금의 제21대 국회까지 접수된 징계요구안은 279건이다. 21대와 20대 국회에선 총 86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가결은 ‘1건’(처리율 1.16%)에 그쳤다. 이전의 가결 사례도 손에 꼽힌다. 대표적으로 19대 국회 당시 성폭행 수사를 받던 심학봉 의원과 18대 국회에서 성희롱 의혹을 받던 강용석 의원의 제명안이 특위에서 가결됐을 뿐이다.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부터 윤리특위의 징계안 가결은 20건에 불과하다. 가까스로 의원 제명안을 윤리특위에서 통과시킨다 해도 의원 제명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이 아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석 구조상 한쪽에서 반대하면 자연스럽게 부결되는 시스템이다. 징계안이 본회의에 올라간 강 의원의 경우 제명안은 부결되고, 30일 국회 출석정지가 의결됐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 안팎에선 윤리특위에 최소한 위원 중 절반은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민간인’으로 채워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선 민간 위원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수 정부기관, 특히 권력기관에서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징계위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유권자에게 한 표를 부탁하려면 최소한의 ‘자정 능력’은 마련하고 해야 도리일 것이다.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1항의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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