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송영길·김남국 ‘연쇄 타락’… 민주, 반성없이 그 ‘강’ 건널 수 없다[허민의 정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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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3 09:56
업데이트 2023-05-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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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민주당의 ‘강 건너기’

잇단 불·편법 의혹에 변명·비호·책임전가 일삼는 민주 강경파… ‘총체적 남국’이란 말까지 등장
“도덕주의 정치하지 말자”면서 자기부정… 성찰·혁신의 ‘祭儀적 고통’ 없인 신뢰회복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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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영역에서 ‘강을 건너자’라는 건 ‘반성과 혁신으로 새로워지자’는 것을 함축한 표현이다. 도강(渡江)의 은유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양에서 서양까지 광범위하게 인용된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때 ‘조국의 강’을 건너자더니 ‘송영길의 강’에 이어 이젠 ‘김남국의 강’을 건너자고 한다. 민주당은 그러나 그 어느 강도 건너지 못하고 있다. 반성과 혁신이라는, 통과의례에 필요한 ‘제의(祭儀)적 고통’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없기 때문이다.

◇총체적 남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가 당시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이후 최근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진보를 자임한 민주당이 연쇄 타락을 경험 중이다.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의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 등 전·현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그대로 남아 있다.

각종 논란에도 근근이 지지율을 지켜왔던 민주당은 코인 사태를 맞아 특히 청년층에서 완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갤럽 5월 3주차 조사에서 3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25%였는데 이는 한 주 전 33%보다 8%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코인 사태 첫 보도(5일) 직전인 5월 1주차 조사 때 30대 민주당 지지율이 42%였던 것과 비교하면 17%포인트나 떨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총체적 남국’이란 말도 등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코인 논란 이후 지금까지 대국민사과를 한 일이 없다. 대신 그는 지난 14일 민주당을 탈당하며 ‘협박 글’을 올렸다.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납니다. 앞으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허위사실에 기반한 언론 보도에는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당내 친명을 비롯한 주류 강경파의 반성 없는 행태도 ‘총체적 남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출신의 비명계 의원은 “당 지도부와 강경파들이 코인 사태와 관련한 법적·도덕적 문제에 대해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온정주의로 일관해 당 쇄신 기회를 잃었다”면서 “이는 동료 의원 지키기 차원을 넘은 것”이라고 평했다. 당내에서는 ‘조국의 강도 못 건넜는데 남국의 바다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의 종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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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도덕성

미국의 역대 대선 후보자들을 포함한 정치 지도자의 덕목과 자질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치학자 도널드 킨더는 지도자의 특성으로 업무수행능력(competence), 지도력(leadership), 진실성(integrity), 공감능력(empathy)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그레고리 마커스는 이를 능력·진실성 2가지로 축소할 것을 제안했다.

능력이나 진실성(혹은 도덕성)은 정치인 공통의 자질에 속한다. 민주당 강성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이 “우리가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니 표를 달라는 건 맞지 않다. 너무 깨끗한 척하는 정치적 집단으로 보일 것 같아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런 면에서 자기부정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란 비판을 받은 당헌 80조 개정 논란 때에도 “너무 도덕주의 정치를 하지 말자”고 했었다.

민주당이 “진보라고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나”라고 주장하는 건 자칭 진보의 무너진 도덕성을 내보이는 것이다. “욕망 없는 자, 김남국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의 발언은 ‘죄 없는 자,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예수 전승과 관련한 아포프테그마(상황어)에 대한 오역이자, 심각한 인지부조화를 드러낸 말이다.

보수도 도덕적이어야 하지만 진보는 더더욱 도덕적이어야 한다. 입버릇처럼 평등·공정·정의를 부르짖어왔다는 점만으로도 그렇다. 진보가 도덕성을 잃으면 사실상 전부를 잃는다. 민주당이 집권 5년 만에 보수 진영에 정권을 넘긴 건 불법적이고 비도덕적 행위로 가득 찬 조국 사태에도 제대로 된 반성과 혁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타락의 특징

자칭 진보 민주당의 타락은 연쇄적이고 자발적이며, 반성과 혁신은 뒤로한 채 모든 책임을 정권과 검찰 탓으로 전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조국-송영길-김남국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불법·편법 의혹은 어느 하나 타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 의사결정 속에서 이뤄졌다. 그런데도 논란이 일자 책임을 정부 탓, 검찰 탓으로 돌린다. 김 의원은 김어준 유튜브 채널에 나와 “윤석열 정부가 여러 실정을 덮으려고 의도적으로 이슈를 흘린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전형적인 책임 전가다. 친명이나 주류 강경파 의원들도 윤 정부의 정치적 탄압 혹은 검찰의 대야 편파·기획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코인 게이트가 아무런 문제 될 게 없다는 발언도 쏟아져 나온다. 양이 의원은 “코인 투자 자체를 비도덕적이라고 얘기할 것인가”(19일 SBS 라디오)라고 말했고, 유정주 의원은 “사냥하지 말자. 상처 주지 말자. 우리끼리라도”(14일 쇄신 의총 후)라고 했다. 황운하 의원은 “검찰이 사냥감을 정한 후 게임하듯 놀이하듯 수사권을 남용하고 특정 언론과 협잡해서 프레임을 짜 한 사람을 공격하면 패가망신을 피할 방도가 없다”(15일 페이스북)라고 썼다.

이 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민주당의 법적·도덕적 리스크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 사건은 어떻게 돼가나” “박순자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나”라고 되물었다. 집권당 쪽의 논란을 소환하며 ‘맞불’을 지른 것인데, 당내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의적 고통

‘강 건너기’와 관련된 상징적 수사는 고대 서사시에서도 발견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에는 망자가 저승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할 다섯 개의 강 얘기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불의 강(플레게톤)’ 건너기가 가장 호되다. 모든 것을 태우고 영혼을 정화하고 나서야 피안으로 갈 수 있다.

청년헤겔학파였던 마르크스는 인류의 진보를 위해 ‘불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의 강을 건너지 않고서는 진리와 자유로 가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당대의 철학자 포이어바흐(Feuerbach)를 비판하면서 그의 이름을 ‘Feuer(fire)+bach(river)’로 파자(破字)해 한 말인데, 핵심은 기존의 생각과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데 있다.

강을 건넌다는 건 통과의례라는 상징적 수사다. 그건 제의적 고통을 수반한다. 능력도 없고 도덕적이지도 않은 민주당이 반성과 혁신을 거부한다면, ‘조국의 강’이 됐든 ‘송영길의 강’이 됐든 ‘김남국의 강’이 됐든 보다 나은 세계로의 도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통과의례’는 프랑스 인류학자 방주네프가 처음 사용한 말로, 개인이나 집단이 새로운 존재로 넘어갈 때 겪어야 할 의식(儀式). 통상 제의적 고통을 동반하며 이상에 접근하는 프로세스로 여겨짐.

‘불의 강’은 고전에서 고통 없인 피안으로 건널 수 없는 하나의 관문으로 이해됨. 밀턴은 저서 ‘실낙원’에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의 강 플레게톤을 ‘분노로 미쳐 날뛰는 사나운 물결’로 묘사.

■ 세줄 요약

총체적 남국 : 조국 사태 이후 송영길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진보를 자임한 민주당이 연쇄 타락 중. 민주당은 논란의 ‘강을 건너자’라고 하지만 도강을 위한 반성과 혁신은 보이지 않음.

무너진 도덕성 : 지도자의 덕목은 능력과 도덕성. 특히 진보는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 민주당의 타락은 연쇄적·자발적이며, 도덕성 상실에 대한 반성과 혁신 없이 정권과 검찰 탓만 하는 특징을 보임.

제의적 고통 : 강을 건넌다는 건 제의적 고통을 수반하는 통과의례임. 능력도 도덕성도 없는 민주당이 끝내 반성과 혁신마저 거부한다면 조국의 강, 송영길의 강, 김남국의 강을 건너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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