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도의 날’ D-9 … 바이든 vs 매카시, 대선 주도권 ‘치킨게임’ [Who, What,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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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4 09:19
업데이트 2023-05-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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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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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22일 정부 부채한도 상한 문제 협의를 위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 What - 국가부채한도 인상 못하면 ‘6·1 디폴트’

공무원 봉급 등 필수지출 비용
빚 상한선 높이기 협상 평행선

“낭비성 지출 줄이면 인상 가능”
하원 장악 공화당, 바이든 압박

“학자금 대출 탕감 등 복지 타격”
민주, 의회동의 없이 상향 검토

미국 사상 첫 채무불이행 선언 땐
GDP 4% 줄고 실업률 7% 전망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국가(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인상하지 못해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이 6월 1일(현지시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했던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 등을 취소하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벼랑 끝 담판에 나섰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채한도는 말 그대로 빚을 질 수 있는 한계, 즉 상한선을 말한다. 국가는 공무원들에게 봉급을 주고 군·경찰 운영, 건강보험·사회보장제도 같은 복지제도 유지 등을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필요로 하는데 원칙적으로 세금·관세 등을 거둬 충당한다. 이때 모자라는 돈은 국채를 발행해 메꾸는데 미국 정부의 부채는 1월 19일 자로 이미 한도(법정상한선)에 도달했다. 이후 재무부가 공무원 퇴직·장애기금 적립 등 비필수 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이를 국채이자 지급 등 필수 지출로 돌리는 특별회계로 디폴트를 막아왔지만 이마저도 고갈 직전이다.

미 주요 언론·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발생한 악재에 단기적 금융 불안정을 경고하면서도 과거에도 의회가 부채한도 인상을 한계상황까지 미뤘던 전례 등을 들어 디폴트 확률은 낮게 평가한다. 하지만 올해 초 118대 하원의장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공화당 당내 분열, 최근 10년간 부채한도 인상 관련 여야 마찰 격화 등을 감안하면 사상 초유의 미 연방정부 디폴트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1차대전 후 재정 건전성 위해 탄생했지만 연례행사돼 = 23일 미 재무부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민주주의국가 중 부채한도를 법으로 정해놓은 국가는 미국, 덴마크 단 두 나라뿐이다. 미국은 건전한 국가 재정 유지를 위해 1차대전 이후인 1939년 부채한도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재정운영을 하는 정부가 빚을 너무 많이 지지 못하도록 의회가 한도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미 정부가 승인받은 부채한도는 450억 달러(약 59조2245억 원)였다. 하지만 세수보다 지출 규모가 훨씬 큰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채한도 인상이 거듭됐다. 미 정부는 지난 10년간 매년 4000억∼3조 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내는 등 2001년 이후 한 차례도 재정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부채한도 제도가 생긴 이후 90여 차례, 1960년 이후만 지금껏 78차례나 부채한도를 영구적 또는 한시적으로 인상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한 차례 이상 정부 부채한도를 올려준 셈이다. 부채한도 인상은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공화당 소속 대통령 재임 중 49차례, 민주당 대통령 아래에서 29차례 인상됐다. 가깝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한 4년 동안 3차례 인상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21년 12월에도 부채한도가 인상됐는데 당시 기존 한도보다 2조5000억 달러 늘려 31조3815억 달러의 현재 부채한도가 책정됐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부채한도에 이르러 백악관·의회가 협상에 내몰린 상황이다.

거의 매년 부채한도에 도달하다 보니 행정부·의회 간 협상이 순탄치 않아 디폴트 위기를 맞은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현 상황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이다. 여야는 최후 순간에야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합의 못 하면 예산을 강제 삭감하는 시퀘스터(자동 예산삭감)를 발동하는 조건으로 극적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미 국가 신용도를 AAA에서 AA+로 강등했고 1년물과 5년물 국채 이자율은 각각 0.8%포인트, 0.65%포인트 상승했다. 1979년에도 재무부의 채무상환 지연으로 국채 이자율이 0.6%포인트 인상됐으며 가깝게는 2013년 부채한도 인상 합의 지연 조짐에 10년물 국채 이자율이 0.06∼0.12% 상승해 5000만 달러의 추가비용이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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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의 주도권 다툼 = 연례행사에 가까운 부채한도 인상을 둘러싸고 올해 특히 행정부·의회가 충돌한 것은 최근 정치지형 변화와 함께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의 기 싸움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연방의회는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지켰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자리를 탈환했다. 프리덤코커스 등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주요 채권자에게 부채를 우선 상환하는 등 재정개혁을 주장했고, 매카시 의장 역시 당선공약으로 부채한도 인상 조건으로 정부의 낭비성 지출 삭감을 제시했다. 공화당 주도 하원은 4월 국가부채 한도를 1년간 1조5000억 달러 인상하는 대신 2024회계연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제한·절약·성장 법안’을 통과시켜 정부를 본격 압박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새 회기 시작 후 하원 공화당의 1호 법안이 10년간 1000억 달러 이상 재정적자를 초래할 전망이라며 공화당의 부채한도 인상 반대를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공화당 주장대로 예산을 줄이려면 주요 복지정책부터 대학생 학자금 대출 탕감 같은 핵심 공약이 모두 무산되거나 재조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백악관은 조건 없는 부채한도 인상을 요구했지만 의회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지출항목 삭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자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 협상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공화당의 발목잡기에 맞서 ‘연방정부의 채무는 준수해야 한다’는 수정헌법 14조를 들어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부채한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능성은 작지만 협상이 끝내 무산돼 미국의 사상 첫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막대할 전망이다.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디폴트 선언 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 감소하고, 최소 6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률이 7%를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다우지수 등을 비롯한 주가는 30% 이상 하락해 12조 달러 규모의 투자손실이 발생하고 국채 금리는 물론 모기지·대출금리 등도 폭등할 것으로 추산됐다. 디폴트 데드라인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백악관과 공화당이 타협을 끌어낼지 전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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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신뢰 추락하면… 금융패권 노리는 중국이 최대 수혜

각국 외화 보유액 60%가 달러
국제금융기관서 막강한 영향력

中은 무역량 25% 위안화 송장
러·동남아·남미 등 결제 확대


미국 행정부·의회가 연례행사처럼 국가 부채한도를 높이고 협상이 순탄치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최대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자산 신뢰가 흔들리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관 내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중국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금융연구소(PIIE) 등에 따르면 부채한도 인상을 둘러싼 디폴트 위기가 반복되면서 미국 국채 등의 신용등급 하락과 금리상승 압력,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 외에도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과 국제금융권에서의 미국의 위상에 악영향을 미쳐 금융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반사이익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미국 달러는 세계 각국 공식 외화 보유액의 약 60%를 차지하고 금융거래와 무역 송장(거래상품 명세서) 발행에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교역량을 무기 삼아 현재 자국과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이면서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5년 기준 중국 전체 무역량의 4분의 1이 위안화로 송장을 발행해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무역통화가 됐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과 관계가 악화한 러시아와 위안화 결제 비중을 대폭 확대했고 동남아시아는 물론 브라질·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과도 위안화 결제를 늘리고 있다.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이 확대될 경우 은행시스템의 자금구조, 중앙은행 보유액의 통화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채한도 인상 갈등으로 촉발된 미국 금융자산 신뢰 하락은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해 중국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 미국은 IMF,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관의 최대 주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디폴트 위기가 반복되면 영향력 감소는 불가피하다. 금융기관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경우 외교·안보역량에도 악재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주도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단행한 각종 금융제재나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 등을 통해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 역시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선임경제학자를 지낸 마커스 놀랜드 PIIE 부소장 겸 연구책임자는 “(부채한도 협상 갈등으로) 미국이 다시 흔들리고 신뢰할 수 없는 패권국임을 드러낸다면 중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지에 집착하는 의회가 중국에 그런 기회를 넘겨주려는 생각은 이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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