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베르디’ 외침뒤엔… 이탈리아인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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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5 09:08
업데이트 2023-05-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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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스웨덴 국왕 암살 소재의 실화
佛통치받던 나폴리선 공연불가
우여곡절 끝 로마로 옮겨 초연

자극적 전개·열창에 관객 환호
초연 두달 뒤 伊 독립전쟁 발발


1858년 베르디(1813∼1901)는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될 오페라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 준비에 한창이었다. 오페라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1792년 스웨덴 국왕인 구스타보 3세가 궁전에서 열린 가면무도회에서 현역 장교이자 자신의 전직 경호원이었던 야코프 요한 앙카스트룀의 총에 암살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당시 시대상으론, 더구나 식민 통치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에선 왕이 암살되는 이야기의 오페라는 정부의 검열을 쉽게 통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당시 한 이탈리아 독립 열사가 나폴레옹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초연이 예정됐던 나폴리는 하필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던 곳이었다. 암살 미수 사건 때문에 나폴리 지역의 검열은 더 극심해졌고, 베르디는 지긋지긋한 검열에 질려버려서 작품을 내팽개치고 고향 부세토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대작곡가의 신작 오페라를 이렇게 포기할 순 없었다. 극장 관계자들과 흥행주들은 중재에 나섰고, 결국 초연할 장소를 나폴리에서 로마로 옮기기로 한다. 로마 당국에서도 예민한 내용의 오페라에 난색을 표했지만, 작품의 배경을 스웨덴이나 유럽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기는 조건으로 결국 허가를 내줬다.

그렇게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의 보스턴으로 수정돼 1859년 2월 17일 로마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됐다. 결과는 대성공. 자극적인 소재와 가수들의 절창,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전개의 오페라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사람들은 “비바 베르디(Viva VERDI·베르디 만세)!”라며 환호했다.

그런데 사실 ‘Viva VERDI’라는 슬로건에는 숨겨진 뜻이 있었다. 오페라 ‘가면무도회’ 초연은 1859년인데, 이때는 이탈리아에서 독립운동이 활기차게 전개되던 시기였다. 독립운동은 사르데냐 왕국의 왕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었는데, 그 왕의 이름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였다. ‘베르디 만세’라고 할 때의 VERDI는 베르디를 뜻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Vittorio Emmanuelle Re Di Italia(이탈리아의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라는 뜻이기도 했다.

베르디의 음악회가 끝나면 관객들은 항상 ‘Viva VERDI’를 다 함께 외쳤는데, 이는 베르디에게 보내는 찬사인 동시에 당시 이탈리아인들이 독립에 대한 열망을 부르짖는 정치구호이기도 했다. 당시 오페라 극장은 공연 관람과 사교의 목적뿐만 아니라 정지 집회 장소로서의 기능도 했다는 걸 짐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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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가면무도회’의 초연 두 달 후, 제2차 이탈리아 독립전쟁이 발발한다. 베르디는 전쟁에 직접 참전하고 싶었지만 이미 46세의 나이에 건강도 그리 좋지 못한 상태였다. 대신 베르디는 부상자와 사망자를 돕고 기리기 위한 기부금을 모금하는 데 헌신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각 지역은 지역의 대표들을 선출했는데, 베르디의 고향인 부세토에서는 베르디가 선출됐다.

마침내 1860년, 베네치아와 교황령을 제외한 이탈리아의 통일이 이루어졌고 1861년에는 중앙 이탈리아의 초대 의회 의원선거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의원 선거에서 48세의 나이인 베르디가 초대 의원으로 당선됐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오페라 ‘가면무도회’ 중 아리아 ‘너였구나, 내 영혼을 더럽힌 자’


3막 1장에 등장하는 레나토의 아리아로 레나토는 아내 아멜리아가 자신의 상관 리카르도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증오심을 불태우며 노래를 부른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보스턴의 총독 리카르도는 자신의 충실한 비서관이자 친구인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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