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복원 24년… 뻥튀기 먹다가도 조각 맞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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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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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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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자원봉사자인 나여생(왼쪽부터), 송선영, 김원자 씨가 25일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세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展 숨은 공신 나여생· 송선영· 김원자

“아무리 찾아도 없던 토기조각
갑자기 나와 딱 맞을 땐 전율

조각난 토우 맞추기 힘들지만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야죠”


“희열이 엄청나요. 남은 조각이 어디 있을까 계속 찾다 한 조각을 맞췄는데 딱 들어맞을 때의 그 희열 말이에요. 거기에 빠져서 계속하고 있습니다.”

26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실에서 만난 토기 복원 자원봉사자 나여생(71) 씨는 이같이 말했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은 옛 신라와 가야 무덤에서 출토된 각종 토기(土器)와 토우(土偶)를 조명한 전시. 나 씨는 송선영(72), 김원자(73) 씨와 함께 토기, 토우를 하나하나 맞춰 복원하는 일을 맡아 해왔다. 이번 전시의 숨은 공신인 ‘토기 복원 삼인방’을 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한 토기들(위)과 토우로 장식된 토기 모습(아래). 각각 함안 말이산 45호 무덤과 경주 쪽샘 B지구 6호 무덤에서 출토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소속 자원봉사자인 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각난 토기 조각을 들여다보며 서로 맞추고 붙이기를 반복한다. 나 씨와 송 씨는 지난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운영하는 강좌를 들은 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쭉 토기유물 접합 및 채색 일을 해왔고 김 씨는 전시해설 봉사를 하다 2018년부터 이 일을 함께하게 됐다고 한다.

“노란 빵 상자 아시죠? 거기에 토기 조각들이 켜켜이 쌓여있어요. 그것들을 일일이 세척한 뒤 큰 책상 위에 펼쳐놓고 조각들을 들여다보면서 하나하나 맞춥니다.”(나여생)

토기 조각을 맞추는 일은 젊은이들에게도 쉽지 않다. 독한 접착제와 아세톤을 번갈아 사용하기에 피부나 눈에 안 좋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작은 토기들을 계속 들여다보는 일 역시 고역이다. “늘 같은 자세로 일하다 보니 허리가 안 아플 수가 없어요. 무거운 것들은 또 엄청 무거워서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게 어깨나 팔에 무리가 많이 가죠. 작은 것들을 많이 만지니 손가락도 아프고요.”(김원자)

그럼에도 이들이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뭘까. “목이 긴 항아리를 작업할 때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던 조각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딱 기가 막히게 맞는 거예요. 안 맞던 게 맞으면 손가락 끝에서부터 온몸에 전율이 올라와요.”(송선영)

매일 조각들을 맞추다 보니 생긴 직업병도 있다. “집에서 뻥튀기를 먹을 때도 어느새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고 있더라고요.”(송선영)

본인들이 복원해낸 유물이 전시실 안에 잘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지만 늘 하던 일을 했을 뿐인데 사방에서 칭찬을 해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송 씨는 앞으로의 목표에 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어느 날 박물관에서 ‘이제 나오지 마세요’라고 할 때까지 건강하게 계속 일하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입니다.(웃음)”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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