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번걸어 대부분 ‘부재중전화’…대법 “공포심 일으키는 행위, 스토킹 맞아” 첫 유죄 판결

  • 문화일보
  • 입력 2023-05-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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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법원 법정 내부 모습. 연합뉴스


"불안감, 공포심 일으켰다면 실제 전화 통화 안 해도 스토킹"
1심 유죄, 2심 무죄 엇갈렸으나 대법서 유죄 판단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 탄생하면서 반복적 전화 행위 스토킹 명확화



휴대전화에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벨 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기는 경우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A 씨의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은 "전화를 걸어 피해자 휴대전화에 벨 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 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연인 관계이던 피해자와 돈 문제로 다툰 뒤 휴대전화 번호가 차단당하자 9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29차례 전화한 혐의(정보통신망법·스토킹처벌법 위반)로 기소됐다. A 씨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한 달 간 총 29회에 걸쳐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반복하여 전화를 걸었고, 피해자는 피고인과 약 7초간 한 차례 통화를 한 게 전부였다. 피해자는 그 이후 A 씨 전화를 수신하지 않아 휴대전화에는 ‘발신자 정보 없음’ 표시나 부재중 전화 표시만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A 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 했지만 일부 공소 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엇갈렸다.

피해자는 A 씨의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 전화 기록만 남게 됐는데 이를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스토킹 행위라고 봤다.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 전화 기록으로 남았더라도 피해자가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은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를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무죄로 봤다. 이는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기 전이어서 정보통신망법으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던 시절의 판례였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부재중 전화 기록이나 벨 소리를 남기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해석이 나왔고 대법원도 이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명시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송신되는 음향 자체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만,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말·음향·글 등을 도달하게 하면 족하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와 전화 통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정보가 벨 소리, 발신번호표시, 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로 변형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나타났다면 음향(벨 소리), 글(발신 번호·부재중 전화 문구)를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달되는 음향이나 글 등이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김규태 기자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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