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순식간에 마약가방 발견…‘K-탐지견’ 태국으로 진출한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5-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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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약 탐지견 ‘제이크(왼쪽 사진)’와 ‘조크’가 지난 25일 인천 중구 영종도의 관세청 산하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여객탐지훈련에 임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제이크&조크 배출 관세청 탐지견센터

교관이 “스타트” 외치자
컨베이어 벨트 빠르게 수색
마약 의심땐 자리에 주저앉아

축구장 8개 크기 영종도 센터
‘탐지견 사관학교’ 국제 명성
아 · 태 탐지견 훈련기구 지정

최대 16주간 양성훈련 거쳐
국내 최다 마약유입 태국 파견
7 ~ 8년 현지서 ‘마약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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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우리나라 세관 당국이 길러낸 엘리트 마약 탐지견 ‘제이크’와 ‘조크’가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인 태국 진출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영종도의 관세청 산하 관세인재개발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는 래브라도 레트리버종인 제이크와 조크의 여객탐지훈련이 한창이었다. 훈련교관이 “제이크, 스타트”를 외치자, 제이크는 국제공항 출입국장에서 볼 수 있는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캐리어(여행용 가방) 수십 개를 재빠르게 수색했다. 탐지견들은 수색 도중 마약이 있다고 의심이 되면 자리에 주저앉는 방식으로 보고한다. 하지만 벨트 위 수하물에 마약이 없다는 걸 눈치챈 제이크는 탐지조사요원(핸들러)을 이끌고, 바깥쪽으로 빠져나와 마네킹과 골프가방 등을 순식간에 훑었다. 이상이 없자 제이크는 제 자리로 복귀했고, 조크가 같은 훈련에 돌입했다.

2021년 12월생인 제이크와 조크는 하루에 7시간씩 훈련을 받고 있다. 대마·헤로인·코카인·필로폰 등 적발 건수가 많은 마약을 비닐에 담아 밀봉한 다음, 헝겊 주머니에 넣고 가방이나 상자 등에 은닉하면 탐지견이 찾아내는 방식으로 마약 탐지견 훈련은 진행된다. 물론 혹독한 스파르타식 교육과정이 아니다. 1시간 과정 중 10∼20분 정도 훈련한 뒤 나머지 30분간 휴식을 취한다. 건강을 챙기고 탐지 능력을 함양하려는 조치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는 담당 핸들러와의 교감을 극대화하는 산책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다. 제이크와 조크를 가르치는 23년 차 베테랑 김락승 훈련교관은 “마약 탐지견들은 워낙 후각이 민감하기에 훈련 횟수를 높이기보다는 일과 중 휴식과 놀이를 적절히 안배해 탐지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크와 조크는 이날 오후 여객탐지훈련을 마치자마자 핸들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어놀며 여유를 만끽했다.

제이크와 조크의 보금자리인 탐지견훈련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한 마약·폭발물 탐지견 ‘사관학교’로 불린다. 탐지견훈련센터의 출발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세청은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1987년 12월 미국 관세청으로부터 폭발물 탐지견 6마리를 무상으로 기증받았고,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에 배치했다. 이후 관세청은 1995년 2월 김포세관(현 김포공항세관)에 마약견센터를 준공한 데 이어 2001년 9월에는 영종도에 탐지견훈련센터를 세웠다.

증축을 거듭한 탐지견훈련센터는 현재 축구장 8개와 맞먹는 5만8866㎡(약 1만7806평) 크기로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다. 특히 견사·관리동·훈련동·야외 훈련시설 등을 갖췄다. 마약 탐지견들이 즉시 전력감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실제 공항과 항만을 본떠 만들어진 훈련동 건물들은 여객탐지·기초탐지·화물탐지·다목적 등으로 구성됐다. 건물 밖에서는 차량과 모래밭 등에 숨겨진 마약을 찾는 훈련이 이뤄진다. 탐지견들은 16주간의 훈련과정과 함께 팀워크·환경적응·탐지과정·탐지반응 등으로 이뤄진 5개 항목에 대해 훈련교관들로부터 다면평가를 받는다. 이 평가를 통과해야만 탐지견훈련센터를 ‘졸업’해 일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마약 탐지견 38마리와 폭발물 탐지견 1마리가 인천·평택·김해공항세관 등 전국 8개 주요 공항·항만에서 입국 여행자의 신변·휴대품·수입화물·특송화물·국제우편소포 등에 대한 마약 탐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수한 시설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탄생한 마약 탐지견들이 일선 세관에서 맹활약을 펼치자, 전 세계 세관 당국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탐지견훈련센터를 주목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탐지견훈련센터는 2021년 세계관세기구(WCO) 아시아·태평양 ‘지역 탐지견 훈련기구’(RDTC·Regional Dog Training Center)로 지정돼 회원국들이 보유한 탐지견과 교관들의 능력배양 훈련을 이끌고 있다. 게다가 오는 6월 말 훈련과정을 모두 마치는 제이크와 조크는 태국 세관 당국의 요청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다.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태국·미얀마·라오스 접경지대는 마약 생산과 밀매로 악명이 높은 곳으로, 전 세계 마약류의 25%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우리나라 세관 당국에 적발된 마약(213㎏)을 지역별로 분석해보면 태국에서 들어온 마약(62㎏)이 가장 많았다.

태국 세관 당국은 마약을 발본색원하는 차원에서 올해 안에 탐지견훈련센터인 ‘K-9(케이나인·CANINE)’센터를 개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마약 탐지견을 운용하지 않았던 태국 세관 당국은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한·태 관세청장 회의에서 마약 탐지견센터 설립과 운영에 대한 노하우 전수와 탐지견 무상 기증을 요청했다. 관세청은 태국 기온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탐지견훈련센터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던 제이크와 조크를 ‘적임견’으로 낙점하고, 태국 관세행정관들의 핸들러 양성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탐지견훈련센터가 자체 번식한 제이크와 조크는 이르면 올해 7월부터는 태국에서 최소 7∼8년간 마약사범들과 다투게 된다. 무엇보다 제이크와 조크는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이겨내야 한다.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장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마약류가 1000종에 달하는데 마약 탐지견들이 대마·헤로인·코카인·필로폰·해시시·엑스터시(MDMA) 등 6종만 탐지할 수 있다는 잘못된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탐지견훈련센터는 합성 대마(JWH-018)와 케타민 등 신종마약을 확보해 훈련과정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탐지견 업무를 총괄하는 관세청 국제조사과 관계자는 “마약 탐지견들은 사람보다 수만 배나 뛰어난 후각능력을 자랑하기에 신종마약도 훈련을 통해 충분히 적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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