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속의 산과 등대… ‘도장’ 으로 기억하고 기록한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8 09:02
  • 업데이트 2023-06-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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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의 도전 프로그램 ‘섬앤산 100’의 인증 장소 중 하나인 전남 신안 비금도의 선왕산으로 이어지는 그림산 능선의 나무 덱 구간. 섬앤산의 인증 목적지는 대부분 섬 속의 산이다.



■ 인정받는 여행 ‘스탬프 투어’ 인기

지난달 25일 전남 신안의 우이도의 상산봉 정상에서 ‘섬앤산’의 인증 산행을 하는 주기동(79) 씨를 만났다. ‘섬앤산’은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이 진행하고 있는 스탬프 투어다. 스탬프 투어는 간단하다. 정해진 섬 속의 산 100개를 다 오르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인증을 하면 이를 확인해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 주 씨는 우이도의 상산봉 산행으로 100개 중 95곳의 방문인증을 마쳤다고 했다. 여행 비수기의 평일에 먼 바다의 섬 우이도를 찾은 여행자들은 모두 스탬프 투어를 하기 위해 온 이들이었다.

우이도 민박집에서 만난 은퇴한 부부는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를 위해 우이도에 왔고, 이튿날 섬사랑 6호 여객선을 타고 우이도 성촌마을에서 내린 젊은 부부는 ‘섬앤산’ 스탬프 투어가 목적이었다. 인적 드문 외딴 여행지에서 보니 가히 스탬프 투어의 열풍이다. 스탬프 투어는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일깨워 준다. 스탬프 투어가 여행을 획일화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찌 됐든 미뤄뒀던 여행을 결심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여행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인정받는 매력을 십분 즐길 수 있는, 인기 있는 스탬프 투어를 살펴봤다.

‘명산 100’ 1만3000여명 완주 등산객 도전정신·성취감 자극

◇기록에 도전한다…‘명산 100’과 ‘섬앤산’

도전 형식의 스탬프 투어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 100개를 오르는 ‘명산 100’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온라인 이용자 커뮤니티 공간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이 2013년 첫선을 보인 도전프로그램이다. 완주자는 지금까지 1만3000여 명. 도전에 참여한 이들의 총 산행 횟수가 자그마치 424만1069회이고, 누적 등반 높이가 626만㎞에 달한다.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의 모든 산행 프로그램은 GPS를 기반으로 인증돼 허수가 없다. 코로나19 이후 등산이 거리 두기 취미활동으로 주목받으면서 커뮤니티 회원 수가 급격히 늘었는데,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까지 30만 명이던 회원이 최근 40만 명을 훌쩍 넘겼다. 회원 수 30만 명까지 9년이 걸렸는데, 1년 4개월여 만에 10만 명이 늘어난 셈이다.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이 운용하고 있는 도전 프로그램은 대표 프로그램인 ‘명산 100’을 비롯해 섬을 방문해 산을 오르는 ‘섬앤산’, 산행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클린마운틴’, 종주 프로그램인 ‘1대간 9정맥’도 있다. 백두대간 에코트레일과 함께 낙동정맥, 한북·한남정맥, 한남금북정맥, 금북정맥 종주 등 5개 정맥은 운영 중이고, 호남정맥과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낙남정맥 등 4개 정맥은 준비 중이다. 종주 트레킹과 둘레길 도전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블랙야크가 운용하는 도전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건, 도전 정신과 성취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작긴 하지만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보상의 즐거움도 있다. 블랙야크는 도전자들이 오른 산의 높이만큼 블랙야크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지급해준다. 프로그램별로 지급 기준을 충족할 때마다 다양한 상품을 준다. 100대 명산 인증의 경우 첫 인증, 49좌 인증, 99좌 인증 때마다 블랙야크 제품 할인 쿠폰을 준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진행하는 시즌1 등대 스탬프 투어 ‘아름다운 등대’의 인증 목적지인 군산의 어청도 등대.



등대투어, 문화·역사적 가치 바다 선호하는 여행자에 제격

◇등대에서 스탬프를 모은다…등대 스탬프 투어

등대 스탬프 투어는 역사·문화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거나, 경치가 아름다워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등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 2017년부터 등대 여권과 도장을 개발해 ‘등대 스탬프 투어’를 운영해오고 있다. 등대 여권에는 방문해야 할 등대에 대한 정보와 함께 도장을 찍는 공간이 있다. 여권을 받지 않고 앱을 이용해 인증 사진으로 방문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시즌별로 다른 주제의 등대 여권이 발급되는데, 첫 스탬프 여행, 그러니까 시즌 1의 테마는 ‘아름다운 등대’였다. 간절곶 등대, 속초 등대 등 내륙 등대는 물론이고 독도 등대, 마라도 등대, 어청도 등대, 홍도 등대 등 오지의 등대까지 15개 등대를 다 방문해야 하는 고난도의 미션이었는데 지금까지 174명이 완주했다. 시즌 2로 선보인 ‘역사가 있는 등대’ 여권의 완주자는 451명이고, 시즌 3으로 내놓은 ‘재미있는 등대’ 여권의 완주자는 1055명이다. 서해안 일대의 등대 17곳을 찾아가는 시즌 4 ‘풍요의 등대’는 지난해 연말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완주자가 147명이 나왔다.

‘등대 스탬프 투어’는 산보다는 바다를 선호하는 여행자에게 제격이다.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여권과 완주 기념품도 흥미가 당긴다. 등대 스탬프 투어는 지난 2017년 첫 번째 테마인 ‘아름다운 등대’를 시작으로 2021년 ‘역사가 있는 등대’, 2022년 ‘재미있는 등대’ ‘풍요의 등대’까지 현재 시즌 4를 진행 중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여수 오동도 등대 앞에서 등대 여권에 스탬프를 찍는 모습.



전국 22개 국립공원 완주땐 기념 메달·인근 상점서 할인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구경도 하고 할인도 받고

국립공원공단이 배부하는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을 받아 전국 22개 국립공원 인증장소에서 스탬프 도장을 찍어 모으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 국립공원을 상징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도장을 모으는 재미가 있다. 여권은 단순히 도장을 찍는 용도뿐만 아니라 추천 여행지, 먹거리와 즐길 거리 등이 소개돼 있어 가이드북 역할도 한다. 전국 109개 공원시설에서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을 주기적으로 무료 배부한다. 지난달 24일부터 재배포를 시작했다. 이번에 배포하는 여권의 유효기간은 2025년 12월 31일까지다.

스탬프 투어 찍기에 성공하면 선물을 주는데, 도장 10개를 찍었을 때와 21개, 22개 전부를 찍었을 때 각각 기념 메달과 완주증과 기념품 등을 준다. 또한 여권을 갖고 있기만 해도 국립공원 인근 지역상점 275개소(카페 및 음식점 206개소, 특산품 12개소, 공산품 24개소, 숙박 16개소)에서 1개의 제품에 대해 5∼10%가량 할인해준다.

2020년 시작한 시즌 1의 주제가 ‘전국의 국립공원’이었다면, 시즌2는 태안해안국립공원, 변산반도국립공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등 바다를 끼고 있는 국립공원의 20곳 명소다. 채석강, 향일암, 청산도, 홍도, 흑산도, 한산도 등 해안과 섬을 망라한다. 국립공원공단은 문화재 탐방을 주제로 한 스탬프 투어 시즌 3을 준비하고 있다.

영남알프스 9봉 등반 챌린지 완등자에게 기념 은메달 지급

◇완주자에게는 은화를…영남알프스 9봉 인증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증 도전이 지난 2019년 시작된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 챌린지’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1000m 고지의 9개 봉우리를 완등하고 앱으로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도전이다. 챌린지 앱 가입자가 3개월 만에 5만 명이 넘어서는 등 참가 문의가 쇄도하자 인증 방식을 앱으로 간소화했고, 상북면 벽천폭포 인근에다 인증센터를 추가 개소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 1만657명이, 2021년에는 3만3477명이 완등했다. 지난해에도 7만8366명이 참여해 3만 명이 9봉 인증을 완료했다.

당초 영남알프스 9봉 인증 챌린지의 인기 비결은 완등자에 대한 보상 때문이었다. 9봉 완등을 인증한 선착순 3만 명에게는 순은 31.1g의 은화를 제공했는데, 참가자와 완주자가 예상보다 많아 지난해에 기존 중량의 절반 수준인 15.5g으로 제작된 은메달을 지급했고 하루 3봉 이상 인증 금지, 만 14세 미만 지원 금지 등의 조건을 달았는데도 참여 열기는 꺾이지 않고 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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