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야시 레이코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이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 규범·국민 행동 변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책 결정에 있어선 모든 세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야시 부소장은 오는 29일 문화미래리포트에서 일본 저출산·고령화 현황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책과 함의점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하야시 부소장 제공
■ 문화미래리포트 2023 - 인구, 국가 흥망의 열쇠
석학에게 듣는다 - (3) 하야시 레이코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부소장
6월29일 ‘문화미래리포트’ 제2세션 첫 번째 강연
여성이 고등 교육을 받게되고
더 높은 지위까지 올라갔지만
아이 키우는 여성 불이익 받아
韓·日의 저출산·고령화 원인
韓, 워낙 빠른 인구 변화 겪어
규범·행동 변화 시간 걸릴 것
근로의욕 노인, 고용 장려하고
‘건강·생산’ 이미지 구축 필요
정리=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하야시 레이코(林玲子·58)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IPSS) 부소장은 한·일 양국의 저출산·고령화 원인에 대해 “양성평등이 강화돼 여성이 고등 교육을 받고 더 높은 지위까지 올라가게 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불이익을 받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29일 열리는 문화미래리포트 강연자로 나설 하야시 부소장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양성평등 정책은 유효한 접근법이라며, 한·일 양국에서 남녀 간 가사노동을 평등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 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과 의무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다음은 하야시 부소장과의 일문일답.
―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저출산·고령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저출산·고령화로 접어들게 된 원인과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출산율 저하는 사회적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결혼이라는 제도가 공고히 자리 잡고 있었고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결혼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이 관습을 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규범이 변화하면서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의무는 갑자기 공백 상태가 된 거다.”
― 일본은 이런 인구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왔으며, 정책 실행 과정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인구정책’에 대한 사회적 금기 때문에 1990년까지 출산율 저하에 대한 대응으로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이 ‘불마의 해(기록적으로 하락한 해)’였던 1966년의 수준보다 더 하락한 ‘1.57 쇼크’가 발생한 1990년을 기점으로 정부 내에 전담 부서가 만들어지고 최초의 국가적 이니셔티브 ‘에인절 플랜’을 수립하여 실시했다. 이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계획은 주기적으로 갱신되었으며, 마지막 버전은 2020년에 발표됐다. 여러 노력과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는 합계출산율이 증가했지만, 2015년 이후로는 감소하고 있다. 또한 일본 사회에는 양성평등과 여권 신장을 위한 이러한 모든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보수적인 이념이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제도에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한 특혜가 뿌리 깊다.”
― 앞으로 일본의 저출산·고령화 대응책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저출산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최근에 시행된 국가 정책은 2020년 내각에서 결정된 ‘저출산 사회 대책 개요’다.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1995년에 제정된 ‘고령화 사회 대책 기본법’이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법률이다. 고령화 관련 정책은 의료, 장기 요양, 연금, 고령자 고용, 빈곤 완화를 위한 공적 부조 등 다양한데, 각 정책 영역별로 적용되는 법률과 제도가 있으며 수시로 개정되고 있다.”
― 일본 지방에서 인구 반등에 성공한 지자체 등이 있다면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다른 지역 또는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우수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오카야마(岡山)현 나기(奈義)정이나 오사카(大阪)현 미노(箕面)시처럼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젊은 부부와 자녀를 대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전국 단위로 확대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 한국도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한국의 인구 위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전망은 어떻게 하나. 그리고 한국에 가장 필요한 대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워낙 빠른 인구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사회 규범과 국민의 행동 변화가 인구 변화를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릴 거다. 또한 인구밀도도 중요한 요소다. 높은 인구밀도는 한국이 인구 감소를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감소를 사회 혁신의 기회로 삼아보는 것도 좋겠다.”
― 한국과 일본은 가정과 직장에서 남성 중심주의가 여전히 비교적 강하게 남아 있는 나라로 평가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양성평등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유효한 접근법인지 평가해달라.
“한국은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이 여성의 권리를 강력하게 옹호하는 인권보호기관이 일본보다 더 잘 발달돼 있다. 이러한 인권 옹호 기조는 중요하며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한시적으로라도 할당제(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 임원 중 여성의 비중을 고정비율로 정하는 제도)와 같은 실효성 있는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물론 강력한 정치적 의지도 중요하지만,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도 한몫했다. 또한 양성평등이 발달되지 않은 지역 사회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외지로 떠나간다는 사실도 각 지자체에서 정책을 재고하도록 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두 국가에서는 가정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집안일을 덜하고 있다. 가사노동을 평등하게 분담해야 하고, 성 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과 의무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 인구 대국인 중국 또한 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나 세계 인구 1위를 인도에 내줬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인구 문제의 유사성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서구의 인구 문제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동아시아와 서구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결혼과 출산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이다. 혼외 출생아 수는 매우 적고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단, 가족에 대한 개념과 관념은 동서양에서 모두 강한데, 여기에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된다.”
― 일본도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연금, 간병,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개혁 등은 어떻게 진행됐고 현재 어떤 상황인가. 지금까지 어떻게 대응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인구 구조의 변화와 함께 개혁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2000년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어 노인 보건 및 복지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병원, 장기 요양 시설, 지자체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지역 사회 통합 돌봄 지원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연금 수급 연령은 전반적으로 연장되었고, 원하는 경우 수급 시기를 더 늦춰 추후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의 고용을 장려했다. ‘노인 인구는 비생산적이다’ ‘장기 요양은 낭비다’ ‘고령층은 부담이다’는 등의 시각은 생산적이고 건강하며 활동적인 노년의 이미지로 대체되어야 한다.”
― 특히 일본의 연금 개혁과 관련해 2004년에 연금 자동 안정 장치를 도입하는 등 장기적 안목에서 연금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연금 개혁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가.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일본의 연금제도는 개혁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연금보험료를 기꺼이 납부할 수 있도록 국민이 신뢰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신뢰받기 위해서는 제도가 공정해야 하고 특권층이 없어야 하는데, 2015년에 공무원연금제도가 다른 연금제도와 통합된 것도 그런 취지였다.”
― 한국 또한 인구 위기 대응 측면에서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 과정에서 각계의 반대 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조언해줄 게 있다면.
“너무 빨리 바꾸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방향과 원칙을 제시하고, 여러 이해 관계자가 모여서 토론하게 하고, 변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손실을 피하기 위해 천천히 조금씩 시간을 두고 변화해야 한다.”
― 유교적 특징을 지닌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동안 이민이 활발하지 않았다. 최근 한국은 저출산 대응책 중에 이민청 설립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이민제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예상되는 이민의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에서는 1989년 기능 실습생이라는 새로운 재류 자격이 도입된 이래로 국제 이민 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12년에는 지자체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외국인 주민도 일본인과 함께 주민등록에 통합되었다. 특히 2014년경부터 이민자 문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국가 대정책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2018년에는 특정 기능 근로자의 재류 자격을 신설하여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춘 이민자들을 정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시에 외국인 주민의 사회 통합은 ‘외국인 수용 및 상생 종합 대책’에서 제시하는 정책의 초점이 되었다. 외국인 체류자 수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잠시 주춤했으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리해 말하자면, 일본은 더 이상 이민자 수용에 소극적이지 않다.”
― 한국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이 기성세대와 크게 차이가 있다.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기존의 세대와 어떠한 인식 차이가 있나. 또 그에 대한 대응책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MZ세대에 해당하는 젊은 엄마들은 이미 여성들이 평등한 취업 기회를 누리기 시작한 1985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이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하여 일본의 세대 간 격차가 더 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대 차이는 항상 존재하며, 정책 결정에 있어 모든 세대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 ‘日 저출산·고령화 분야’ 최고 전문가… 亞인구협회 회장도 겸임
하야시 레이코 부소장은
하야시 레이코(林玲子·58)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IPSS) 부소장은 대학 입학 때부터 인구학자를 목표로 삼아 연구에 매진해온 ‘일본 저출산·고령화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그는 1988년 도쿄(東京)대 보건학 학사, 1990년 도쿄대·파리제1대 보건학 석사를 받았고, 2007년 일본 국립 정책대학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야시 부소장은 2012년까지 도쿄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센터 조교수로 일하다 IPSS 국제연구협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학업의 목표를 인구학으로 정하고, 인구 문제와 병원, 의료구조, 도시 환경 간 상관관계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왔다. 일본의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이동, 장수 등에도 초점을 맞춰왔다.
그는 1992년 건축 구조 설계자로 일하며 사회 경력을 쌓기도 했는데, 해당 경력을 활용해 의료, 인구 문제, 건축, 도시계획 컨설팅과 인도네시아·온두라스 등 개발도상국의 병원 건설 등 공적개발원조(ODA) 출자 프로젝트 컨설팅 등을 담당해왔다. 그는 보건학과 건축학을 융합시켜 인간 개발과 사회 발전 등에 대해 보다 넓은 관점에서 어떤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제언해왔다.
특히 하야시 부소장은 10년 이상 아프리카 인구 문제 해결을 연구해온 ‘아프리카 인구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부터 세계 역사 도시 인구 동향 연구를 진행했고, 2011년에는 세네갈 보건부 장관 관방 기술 고문으로 임명돼 의료센터 건설, 도시 위생, 병원 관리, 모성 위생 개선 등 다양한 인구 개발 ODA 계획에 참여해왔다. 그는 2020년 4월부터 일본 IPSS 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 1월부터는 아시아인구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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