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없이 모두 ‘시한부’ … 우리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북레터]

  • 문화일보
  • 입력 2023-06-30 09:10
  • 업데이트 2023-06-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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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팀장의 북레터

“담담하게 스스로 만들고 싶은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가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3월 작고한 세계적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그는 암의 재발과 전이로 인해 ‘남은 시간’을 선고받은 후, 그것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이렇게 선언합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그가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 쓴 글을 묶은 유고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위즈덤하우스)에 실린 이 말은 그의 표현대로 담담하지만, 언뜻 결연하고, 또 지극히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평생 음악을 해온 사카모토이니까요. 그는 2021년 1월, 큰 수술을 끝내고 나온 직후에도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투병 중에도 음악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2023년 1월 자신의 생일에 맞춰 마지막 앨범을 냈으니, 정말 ‘말 그대로’ 살았습니다. 담담하게, 꾸준히, 조금만 더.

시간의 유한함이 느껴지는 유고집의 제목은 영화 ‘마지막 사랑’(1990)의 대사입니다. ‘마지막 황제’(1987)를 만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작품이고, 사카모토는 이 두 영화의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유고집의 맨 첫 장, 첫 줄을 이 대사로 시작하고,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고 고백했는데, 그의 원고 정리를 담당했던 편집자에 따르면, 실제로 사카모토는 병실에서 불현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아마 이것은 “생의 유한함에 직면”한 후, 그가 삶의 테마로 삼은 질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평생 뛰어넘고 벗어나려 했던 자신의 대표곡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향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일에 귀중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시시한 짓”이라고, “그런 목적을 위해 남겨진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면서 말입니다.

인생과 음악, 예술, 사람들을 되돌아보며 쓴 사카모토의 유고집은, 그의 음악적 여정을 따라 전개되기에, ‘암과 살았던’ 사카모토가 아니라, 계속 ‘음악 했던’ 사카모토를 만나게 합니다. 아직 애도의 시간 같은데, 오히려 위로를 받는 과정입니다. 그가 고된 입원 생활 중에도 문득 음악에 뺏겨 병을 잊는 순간이 있다고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조용히 그 말을 읊조려 봅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예외 없이, 우리 모두 ‘시한부’이니까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어떻게든 그것이 ‘시시한 짓’이거나, ‘바보 같은 짓’은 아니길 바라봅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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