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 31조 투입에도… 실적미미·나눠먹기 ‘속 빈 R&D’

  • 문화일보
  • 입력 2023-08-30 11:55
  • 업데이트 2023-08-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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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5조원 삭감 ‘전면 정비’
평가기준 불투명… 사업화 부진
젊은 과학자들도 “구조조정해야”


국내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규모가 민·관을 합쳐 100조 원에 이르는 수준까지 커졌지만 이중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 예산은 연구 목적 부재 등의 원인으로 실적이 극히 미미했다는 비판이 과학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R&D 예산을 단기간에 양적으로 크게 늘렸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서 ‘나눠먹기’식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문화일보가 지상 대담을 통해 만난 30∼40대 연구자 4인도 30일 “R&D 예산의 비효율 개선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전체 R&D 예산은 25조9000억 원으로 올해 31조1000억 원보다 5조2000억 원이나 줄었다. 정부가 과학기술계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그동안 실적에 대한 평가 없이 예산 확대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국내 민간과 정부 R&D 규모는 올해 기준으로 총 100조 원 안팎으로, 비율로는 민간 70%·정부(공공) 30% 정도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서도 선두권 수준이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R&D 양적 성장을 내세우면서 급격히 예산을 늘렸다. 실제로 정부 출연연구기관 예산은 2017년 19조5000억 원에서 2022년엔 29조8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중 기초연구 분야는 같은 기간 1조3000억 원에서 2조5000억 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연간 평균 15%씩 예산 증액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매머드급 지원에도 연구실적은 기대 이하라는 게 예산 당국의 설명이다. 국내 대학 이공계 전임교수들의 40%가 이 예산을 받지만 연구실적이 사업화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중소기업 R&D 지원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1조1000억 원에서 1조8000억 원까지 연평균 10% 속도로 증액됐지만, 2억 원 이하 규모 R&D 예산이 중기 분야의 60%를 차지하다 보니 의미 있는 연구 결과물 없이, 보수지급용으로 쓰였다는 지적이다.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와 신성식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교수, 남대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에너지공학과 교수, 박규영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도 이날 문화일보 지상 대담에서 R&D 예산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전면적 재정비 이후 경쟁력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증액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민·노성열 기자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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