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시장’ 웹소설 명암[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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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문화부 차장

‘재벌집 막내아들’을 비롯해 최근 인기를 얻었거나 제작 중인 드라마나 영화 중에는 웹소설이 원작인 경우가 많다. 유명한 인기 웹툰도 알고 보면 웹소설이 먼저인 사례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지식재산(IP)의 보고이자, 씨앗. 이처럼 웹소설은 친숙하고 중요한 K-콘텐츠이면서도 그 ‘사정’이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다.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다거나, 이를 토대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대박이 났다는 보도는 줄을 잇는다. 또, 본업은 따로 있는 ‘얼굴 없는’ 작가들이 엄청난 돈을 번다는 소문도 무성해, 일반인들 사이에 웹소설 쓰기 열풍까지 불었지만, 실제로 창작 환경이나 생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웹소설 관련 정부의 첫 실태조사가 나와 주목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카더라’의 안개가 걷히는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2022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지난 10년간 100배 성장해 어느새 1조 원을 돌파했다. 조사는 웹소설 창작자와 이용자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는데, 웹소설 소비자는 무려 587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77.8%가 유료 결제 경험자이고, 매일 읽는다는 응답도 34.5%에 이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는 (종이책) 출판 시장의 탄식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독서 통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현실이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책의 미래’의 가능성과 희망 지점이 새삼 명확해졌다.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건 작가들의 창작 환경이다. 2021년 활동한 20∼69세 웹소설 작가 500명의 한 해 평균 수입은 3487만 원. 그러나 웹소설로 벌어들인 돈은 전체 수입의 46.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IP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2차 저작물 수입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히트를 치면 ‘로또’ 수준이라는 이야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늘었으나, 작품당 1억 원 이상을 버는 작가는 1.2%. 편당 평균 원고료는 10만∼100만 원 미만(27.8%)이 가장 많았고, 10만 원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14.8%나 됐다. 따라서 작가 상당수가 ‘투잡’이다. 이들 중 약 40%가 프리랜서나 기간제, 계약직, 임시직 형태로 생활했다. 또한, 절반이 넘는 작가들이 ‘불공정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이차적 저작권이나 해외 판권 등 제작사에 유리한 일방적 계약 경험’ ‘계약 체결 전 수정 요청을 거부당함’ ‘적정한 수익 배분을 받지 못했거나 지연’ 등 사례도 다양하고 전방위적이어서, 관련 제도 개선이나 마련이 시급함을 일깨운다.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취지로 지난 8일 민관 합동 웹소설 상생협의체가 출범했다. 문체부의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먼저 이뤄졌으니 기대해 볼 만하지만, 웹툰 상생협의체가 수년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했던 걸 떠올리면,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2018년부터 움직임이 일었던 웹툰 협의체는 이제야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웹소설 협의체의 시행착오가 이보다는 짧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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