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이 수행이다[살며 생각하며]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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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관 마하연사찰음식문화원장

음식이 몸에 이로운 약이 되려면
요리하는 사람이 보살심 가져야

공양은 단순히 먹는 행위 넘어서
천지 은혜 기억하고 감사하는 일

정신건강 위한 식문화 개선운동
지구환경 좋게 하는 데 일익 담당


좋은 식재료란 양질의 먹거리를 말한다. ‘양질(良質)’이라는 한자어의 뜻을 살펴보면, ‘양’은 좋다·어질다·아름답다·훌륭하다·진실하다는 뜻이다. ‘질’의 뜻은 꾸미지 않은 본연 그대로의 성질·진실·순진이다. 따라서 양질의 식재료란 모양이 좋고, 본연의 모습이 가공되거나 첨가돼 손상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은 좋은 식재료를 구하는 것이다.

좋은 식재료를 구한 다음에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단지 노동으로 생각하고 요리를 하면 그 음식은 단순한 칼로리로서의 기능만 있다. 음식이 우리 심신에 이로운 약으로 작용하도록 요리하려는 사람은 보살심을 가져야 한다. 거기에 좋은 솜씨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다. ‘좋은 재료-보살심-좋은 솜씨’의 삼합(三合) 결과는 당연히 먹으면 보약이 되고 마음의 안정을 주는 좋은 음식이 된다.

사찰 음식은 산이나 들에서 나는 자연의 제철 채소를 이용하고, 자극적이고 냄새가 강한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를 쓰지 않고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다. 또, 음식 자체의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해 될 수 있으면 가공을 삼가고, 충분히 발효 과정을 거친 음식을 식탁에 올린다. 일반인들도 그처럼 사찰 요리를 따라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므로 차선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식재료 가운데서 신중히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해로운 먹거리를 피한다. 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고 많은 식당이 있지만, 실상을 보면 믿고 먹을 만한 것을 찾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둘째, 공장을 통해 인공으로 가공되어 생산되는 식품은 피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다양한 화학첨가물과 합성보존료 등을 포함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셋째, 육고기나 어패류보다는 채식을 택하도록 노력한다. 이것은 단순한 계율의 문제가 아니라, 몸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넷째,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보다는 발효 과정을 거친 김치·된장·간장 등 슬로푸드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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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정백(精白)으로 가공된 모든 음식을 피한다. △백미보다는 현미 △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 △정제염보다는 죽염 또는 간수를 제거한 천일염 △정제 설탕보다는 정제하지 않은 유기농 설탕·조청·꿀 △화학적인 합성초보다는 감식초 등 곡물이나 과일을 자연적으로 초산 발효시킨 식초 △화학조미료(MSG)보다는 매실·오미자·솔잎 효소 등을 택한다.

여섯째, 각종 색소와 화학 첨가물이 범벅된 과자·사탕·탄산음료는 피한다.

몸은 해로운 물질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적응력이 생기고, 화학물질의 중독성이 몸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점점 더 신경계를 교란해 암이나 아토피 같은 난치병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선택된 식재료(인공 조미료나 화학 색소를 사용하지 않은 천연 조미료)를 이용해서 조리한 사찰 요리는 그 자체로 보약이 된다.

불교에서는 5욕(五慾) 중 3가지를 ‘재물욕’과 ‘색욕’에 이어 ‘식욕’ 차례로 꼽는다. 식욕은 생존을 위한 필요 불가결한 욕구다. 공양할 때 스님들은 먼저 ‘오관게(五觀偈)’를 외운다. 밥 한 톨 속에도 만인의 노고가 스며 있고, 만물의 은혜가 깃들어 있음을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스님들은 잔반을 남기지 않고 정성껏 깨끗이, 최소한의 음식을 먹는다. 즐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양으로 몸을 유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공양에 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에 대한 욕심을 부릴 수가 없다. 따라서 발우공양은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천지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더불어 공생하는 자비 실천의 수행법이요, 겸손과 인욕(忍辱)의 수행 방편이다.

좀 더 실질적인 수행적 관점으로 접근해 보면, 음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판단을 정립하고 지켜나간다. 해롭다고 판단된 음식이 먹고 싶다는 것은, 반복된 습관으로 자신의 업(業)으로 저장된 정보다. 그런 생각이 일어났을 때 억지로 참지 말고 그러는 자신을 그대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억지로 참고 거부하는 마음이 오히려 정신을 더 부정적으로 만들고 몸의 기운을 음기(陰氣)로 변화시킨다. 해로운 음식에 대한 갈망을 감정의 중심인 가슴(중단전 쪽)에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비춰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듯 가슴의 중심으로 비추는 과정을 반복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자기를 지켜보는 의지의 힘’을 뜻하는 각성(覺性)이 진보하게 된다. 각성력이 강해진 사람은 해로운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업식·業識)이 줄어들고, 해로운 음식의 섭취가 줄어들면 몸은 더 정화되며, 그만큼 각성의 힘은 배가된다. 그리고 마침내 심신은 고요해져서 어떠한 유혹의 손길이나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고요한 상태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기쁨과 행복, 그것을 지켜보는 각성의 상태가 수행의 첫 단계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실질적인 수행의 접목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의 건강을 통해 자연스럽게 식문화의 개선과 실천이 이뤄진다. 이처럼 올바른 식문화가 선행되면 사찰 음식과 실질적인 수행이 둘이 아닌 하나로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며, 식문화 개선 운동은 단순히 개인적인 게 아니라 사회 전체, 나아가 지구 환경의 개선에 한몫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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