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팥·초코크림으로 속채운 ‘추억의 빵’ … 차갑게 보관뒤 먹으면 식감 더 환상적[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6 09:04
  • 업데이트 2023-10-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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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통팥빵·초코크림빵·버터크림빵.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단과자 빵

가끔 유행에 상관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빵들이 있습니다. 익숙함에 기반한 달콤한 추억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어린 시절 먹고 성장한 빵들은, 그다지 화려한 색감이나 비주얼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노릇하게 구워진 황금빛 발그레한 빛깔만으로도 군침이 돕니다. 소보로빵, 단팥빵, 크림빵…. 옛날 빵집들의 기본 메뉴들입니다.

이런 빵들을 만들기 위한 기본 반죽을, 소위 ‘단과자빵 반죽’이라고도 부릅니다. 제과제빵 기본서에서 기준으로 삼는 단과자빵은 배합표에서 밀가루를 100%로 잡고 여기에 들어가는 설탕의 비율이 10% 이상이 되는 반죽을 의미합니다. 보통 10∼12%로 잡는데 덕분에 이 반죽으로 구운 빵들은 포근한 식감에 달큰한 뉘앙스를 지니게 됩니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크림빵의 넓적한 면적을 베어 물면 느껴지는 그 단맛, 바로 그 맛입니다.

제가 이러한 단과자빵들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빵은 길쭉한 길이의 크림빵 계열입니다. 핫도그 번과 흡사한 모양새에 길쭉하게 가로로 배를 갈라 단팥이나 그림을 채워 넣은 단순한 구성의 빵. 일본에서는 콧페빵(コッペパン)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단어의 기원은 프랑스어 쿠페(coupe)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반으로 칼집을 내서 자른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의 쿠페빵은 급식에서 자주 제공하던 크림빵 또는 핫도그, 야키소바빵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클래식한 빵집들에서 만날 수 있는 빵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빵집에서 일하던 시절, 매일 퇴근길에 사 먹던 통팥빵, 초코크림빵, 생크림빵들이 바로 그런 빵입니다. 어떠한 종류의 충전물을 넣는다 해도 아쉬움 없이 포용하는 만능의 반죽입니다. 특히 통팥과 설탕, 계피 등을 넣어 촉촉하게 졸여 낸 충전물을 이 길쭉한 빵의 배를 갈라 채워 넣으면 빵에도 약간의 수분이 스며듭니다. 그렇게 수분이 스며든 빵은 차갑게 냉장 보관한 후에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요즘은 버터크림, 특히 땅콩버터를 더해 고소함을 더한 빵도 있지만 약간의 설탕을 더해서 아주 가볍게 휘핑을 친 생크림을 채우면 폭신하고 가벼운 구름을 베어 무는 느낌입니다. 이렇게 만든 빵은 앉은 자리에서 두세 개는 금세 게 눈 감추듯 없앨 수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종이 박스에 차곡차곡 10개씩, 20개씩 채워 보랭제까지 더해 선물 포장을 해가시던 장면들도 떠오릅니다. 보통 빵은 냉장 보관을 하면 쉽게 빵 반죽이 굳고 맛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 비해 이렇게 커스터드크림, 생크림, 통팥 등의 충전물들은 먹기 전에 차갑게 냉장 보관을 추천합니다. 빵집에서 판매할 때도 은은한 냉기가 흐르는 쇼케이스에 따로 보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얀 우유 한 팩과 함께 크림빵을 들고 먹는 만족감은 한순간에 어린 시절의 나로 회귀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요즘은 동네 빵집에서도 파우더가 아닌 직접 끓여 낸 크림들이 채워진 기분 좋은 맛의 크림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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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게 주문해 먹을 수도 있는 세상이지만 가끔은 매번 지나쳐만 가던 빵집에 들어가 쟁반에 하얀 종이를 깔고 집게를 집은 후 고로케, 찹쌀 ‘도나스’, 크림빵과 같은 추억의 맛을 가득 집어 드는 호사를 부려보고 싶습니다. 마음으로 채워지는 정서적 만족감이 금세 부풀어 오를 것 같은 설렘과 함께 말이지요.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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