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권 상징 다섯발톱…‘백자구름용무늬항아리’[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

  • 문화일보
  • 입력 2023-11-06 11:39
  • 업데이트 2023-11-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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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National Museum of Ceramics of Sevres



안현정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

국내에서도 귀하디귀한 다섯 발톱을 가진 ‘청화백자구름용문항아리’가 프랑스 세브르국립도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코를 위로 치켜들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용의 주위에 여러 개의 구름을 배치해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높이 60㎝, 지름 47㎝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다. 박물관은 홈페이지에 ‘세계에서 가장 큰 꽃병’이라고 소개하면서 1750∼1770년경 경기 광주 관요에서 왕실 연회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용도에 대해 ‘이 유물은 왕궁의 알현실에서 왕이 앉은 왕좌 양쪽의 장식품으로 사용됐고, 재능 있는 화가에 의해 표면이 장식됐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당시에는 쉽게 구할 수조차 없었던 최고가 재료, 코발트블루(回回靑)로 정교하게 장식됐고 구름으로 가득 찬 공간을 용이 휘감고 올라가는 문양은 비슷한 시기의 다른 장식보다 더욱 웅장하고 세련된 구성을 갖추고 있다. 항아리 하단이 눈에 띄게 좁고 몸체가 달항아리처럼 크고 둥근 형태 역시 동시대의 다른 도자와는 차별성을 띤다. 최근 ‘백자청화오조룡문호(白磁靑畵五爪龍文壺)’가 국내외 고미술품 경매 사상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예가 있다.

조선 시대 최고의 재료인 ‘청화(靑畵)’와 황제를 상징하는 ‘다섯 발톱의 용(五爪龍)’은 그 자체로 의미가 남다르다. 조선 왕실에서 15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제작된 용문양 항아리 중에서도 이 작품은 수준급이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방사형으로 뻗은 다섯 발가락의 발톱을 가진 조선의 용문양 도자기는 현재 20여 점에 불과하다. 항아리의 구연부가 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자의 중앙부를 차지한 용의 생김새, 구연부 아래 당초문과 바닥 윗부분의 연판문 등이 선명하게 시문돼 있는 점 등은 ‘당대 최고의 자기’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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