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변 고구려 유적… 성곽서 보는 ‘해넘이’ 장관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연천 ‘호로고루’

경기도 3대 평지성 중 하나 꼽혀
깃털무늬 치미편·착고 기와 출토
5월 청보리밭·천국의 계단 유명

연천=김현수 기자 khs93@munhwa.com

경기 연천군 장남면 호로고루(사진) 성벽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의 아름다운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구려 군사시설물 유적인 호로고루성(사적 제467호)은 표주박 형태의 성곽으로, 성벽 꼭대기에 오르면 탁 트인 사방을 볼 수 있다. 토성이지만 일부분은 돌로 쌓았다. 이 성의 이름은 고을을 뜻하는 ‘호로’에 옛 보루를 의미하는 ‘고루’가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내부 면적이 606㎡인 호로고루성은 임진강 고랑포 주상절리 절벽 위에 있는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고구려 유적이다. 경기지역에서 조사된 고구려 군사시설물 유적 중 당포성·은대리성과 함께 3대 평지성으로 꼽힌다.

임진강은 5∼7세기경 고구려·신라·백제 삼국 간 치열한 영토분쟁 속에서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를 방어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이곳 일대는 수심이 깊지 않아 예로부터 배 없이 말을 타고 평양에서 서울로 갈 수 있는 최적의 육상교통로로 이용되기도 했다. 문헌에는 신라 김유신 장군이 평양에 군량을 운송하다가 고구려 병사와 교전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신라가 이 성을 점령했을 때 덧쌓아 고구려성의 흔적이 덮여 있었지만 한 주민이 중장비로 성의 일부를 훼손하며 고구려 성벽임이 드러났고, 1991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군사보호구역 내 문화유적 지표조사를 통해 고구려 유적임을 확인했다. 호로고루성에서 출토된 다량의 기와류로 당시 시대상도 엿볼 수 있다. 왕궁이나 사찰 등 공공건물에만 사용됐던 기와는 호로고루성이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방증이다. 또 출토된 기와 중 깃털이나 물고기 비늘 문양이 있는 치미편과 연화문와당, 착고기와 등은 호로고루성에 화려하고 품격 있는 기와 건물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5월에는 호로고루성 벌판에 청보리가 푸른 바다처럼 일렁이고, 여름·가을에는 수수한 빛깔의 보리밭이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하늘과 닿을 듯한 ‘천국의 계단’은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명소로 알려졌다. 천국의 계단에 오르면 삼각형 모양의 호로고루성의 내부 모습이 보이고, 다른 한편에는 실향민과 이산가족을 위한 망향단이 만들어져 먼발치에서나마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다. 일몰 포인트로도 유명한 호로고루성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다가온다. khs9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