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만 올려놓은 정부[김성훈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4 11:45
  • 업데이트 2023-11-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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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지난 21일 세미나를 열고, 내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1% 수준의 ‘제한적 상승’을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달 초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집값이 올해보다 2% 떨어질 걸로 예측했습니다. 이처럼 매매 가격에 대해선 상승 폭 축소와 하락 전환으로 건정연과 건산연 예측이 약간 달랐지만, 내년 전세 가격이 올해보다 더 오른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건산연은 전국적으로 내년 전셋값이 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건정연은 수도권 아파트 기준 2% 상승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전세 가격 상승 흐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KB부동산 통계 기준으로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은 5억7920만 원에 달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13일 조사에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11% 뛰었습니다. 17주 연속 오름세입니다. 서울은 0.19% 상승했고, 무려 26주 내리 오르고 있습니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서 내년 전셋값 추가 상승을 점치는 이유로는 향후 입주물량 감소도 있지만, 제일 큰 원인으로는 역시 고금리가 꼽힙니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 거래 실종과 집값 하락부터 금리 인상의 영향이었는데,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이 걱정되자 올해 초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었습니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금리 정책대출 공급은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던 정부가 최근에는 가계대출이 증가해 위험하다며 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재상승시켰습니다. 자산이 부족한 수요층이 일단 전세로 버티며 지켜보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전세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진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집을 구입하기 위한 조달비용이 비싸서 집을 살 수 없으면 차선으로 선택하는 게 전세”라며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 몰리며 전셋값이 더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전세 가격 상승은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의 결과물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물가가 부담되고, 어떻게든 집값도 눌러놓고 싶으리란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주택가격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결정돼야 합니다. 더구나 고금리로 인한 피해가 전세 세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면 이게 과연 좋은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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