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유희경의 시:선(詩:選)]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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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아주 멀리도 갑니다/ 안개와 함께/ 안개처럼 다닙니다/ 가는 비의 맘을 품고/ 마음이 그리는 그림은/ 때로는 방울 때로는 연기 때로는/ 경이로운 별자리/ 납작해진 초콜릿/ 무엇을 그리든/ 마음의 붓질은 운명이 됩니다’

-성기완 ‘마음 06:53 AM’(시집 ‘빛과 이름’)


한 소설을 읽다가 ‘마음’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마음을 ‘열리고 닫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대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그것은 어떻게 열리는 것일까. 문이 달려 있나. 미닫이일까 여닫이일까. 냉장고 속 잼 통처럼 생긴 것은 아닐까. 힘주어 돌리면 공기가 빠지며 개봉되는 형식.

마침내 겨울이다. 겨울에는 이러한 몽상이 잘 어울린다. 날씨와 관계없이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바람의 길을 따라 우르르 몰려가는 늦은 낙엽들. 보기만 해도 시리다. 나는 다시 ‘마음’으로 관심을 옮긴다. ‘움직인다’, 표현하지 않나. 저 늦은 낙엽처럼 가볍게 굴러다니나. 옴짝달싹하지 않는 것이 마음이라던데 느리게 몸을 미는 천천한 것이 아니려나. 쓸데없이 골똘해지고 만다. 그러고 있으면 마음을 느낄 수나 있는 것처럼. 심장도 머리도 어디 있는지 알겠는데, 마음만큼은 오리무중이다. 그러게. ‘마음대로’라는 표현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마음이란 밀거나 닫힐 수도 있고 비틀어 돌려야 열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 구르다가 이내 멈춰 움직이지 않기도 할 것이며. 그런 채 몸이나 마음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서점을 둘러본다. 팔 년 가까이 운영해오면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어떤 것은 마음대로, 어떤 것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안달복달했으나, 겨울 한낮에 나는 애씀이 다 부질없다 여기곤 한다. 예측 불가능함, 그것이 삶의 재미 아니겠는가. 즐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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