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못됐고 때론 선한 당신, 최선의 행동 하려면…[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1 09:22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엔 잔혹한 폭력성과 넉넉한 사랑이 공존한다. 로버트 새폴스키는 저작 ‘행동’에서 어떨 때 우리가 최악의 행동을 하고, 어떨 때 최선의 행동을 하는지 유전학, 신경과학, 사회생물학, 심리학, 인류학을 넘나들며 그 비밀을 캐내려 시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행동
로버트 M.새폴스키 지음│김명남 옮김│문학동네

인간 내면엔 폭력성·사랑 공존
문화적 맥락따라 행동양식 변화
유전자보다 사회적 학습이 강력

스트레스가 충동적 행동 이끌어
건강·안전한 환경서 이타성 증가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엔 폭력성이 넘쳐나는 듯하다. 연약한 아이들을 학대하고, 소수자를 위협하고 괴롭히며, 공격해 살해도 한다.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는 물리적 도구뿐 아니라 비웃고 헐뜯고 얕잡아보며 정신적으로도 남을 해친다. 그러나 잔혹하다 해서 우리가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옳은 폭력, 불가피한 폭력도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유혈 낭자한 격투 경기에 열광하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전쟁도 수행한다. 게다가 우리는 가끔 너그러움도 베푼다. 낯선 이에게 도움을 주고, 소속 집단을 위해 몸을 던진다.

로버트 새폴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행동’에 따르면, 인간 행위는 모호하고 복잡한 현상이다. 우리 안엔 잔혹한 폭력성과 넉넉한 사랑이 공존한다. 어떨 때 우리가 최악의 행동을 하고, 어떨 때 최선의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저자가 유전학, 신경과학, 사회생물학, 심리학, 인류학 등을 넘나드는 연구를 집약해 인간 행동의 비밀을 캐내는 데 1000여 쪽에 이르는 긴 여정이 필요했던 이유일 테다.

이 책은 폭력 행위가 일어나는 순간,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생리적 차원에서 문화적 차원으로,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해 가며 꼼꼼하게 설명한다. 우리 안에 위계와 경쟁이 들어서는 이유, 폭력이나 살인 같은 최악의 행동이 나타나는 원인, 화해와 협력이 생겨나는 지점 등 우리 행동의 근본 이유를 뿌리까지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폭력은 보편적이지도 불가피하지도 않다. 과학의 통찰을 적절히 이용하면 폭력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다. 과학은 폭력의 원인을 뇌의 변연계나 호르몬 작용에서 찾곤 한다. 공포 반응의 중핵인 편도체, 달콤한 보상을 통해 인간 행위를 지배하는 도파민 시스템, 공격성과 관계 있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등에 폭력의 뿌리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뇌는 여러 요인을 수렴해 행동을 일으키는 최종 경로이지 그 원인은 될 수 없다. 또 유전자나 호르몬은 공격성을 부르는 외부 촉발 요인에 대한 민감성을 높일 뿐이지 폭력성 자체를 유발하진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둘러싼 맥락이다. 최선의 행동에 높은 지위를 부여하는 환경에선 테스토스테론이 친사회성을 띠나, 폭력을 부추기는 사회에선 반사회성을 띤다. 인간 마음의 기본은 투쟁이 아니라 상대를 믿는 것이다. 나쁜 경험과 마주칠 때마다 편도체는 불안, 분노를 일으켜 불신과 경계를 각인하고 공포를 주입해 폭력성을 학습시킨다. 가령, 뇌는 피부색에 민감하다. 타 인종의 얼굴을 무서워하고, 쉽게 인지하지 못하며 감정이입도 잘 못 한다. 그러나 이런 편향의 폭력적 발현인 인종차별은 사회적 학습에 더 많이 의존한다.

한마디로, 문화적 맥락이 편도체 작용을 강화하거나 억제한다. 우리(내집단)와 그들(외집단)을 나눈 후, 우리는 지나치게 자부하고 선망하며, 그들을 해충이나 병균으로 인식하면 우리 안의 공격성은 증가한다. 반대로 그들을 동등하고 친밀히 여기도록 훈련하면, 폭력성은 누그러든다. 사고와 행동의 중심인 이마엽 겉질이 편도체 작용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행동에선 유전자보다 그 맥락이 훨씬 중요하다.

지속적 스트레스는 폭력의 탈학습을 어렵게 한다. 감각 정보를 더 빠르고 덜 정확하게 처리함으로써 두려움을 자극하고 생각을 망가뜨려, 우리가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이끈다.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되면 인간은 아이, 여성, 장애인 등 약자에게 화풀이해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이기적 행동에 몰입하곤 한다. 반사회적 폭력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어릴 때 학대 등 역경을 겪어 트라우마가 생기면 성인이 되어 인지 능력이 손상되고, 충동 통제와 정서 조절이 어려우며 폭력성을 드러내기 쉽다. 반대로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부정적 경험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사회,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해주려 애쓰는 사회,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는 폭력의 유혹을 이겨내고 증오보다 사랑으로 촉진할 수 있다. 인간 행동은 문화와 뇌의 공진화를 통해 발달한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이해하며, 협력과 이타성을 증진함으로써 이마엽 겉질의 작동에 힘을 불어넣는 건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렸다. 이것이 분열과 대립의 시대에 우리의 희망이다. 1040쪽, 5만5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