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커빵사[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3-12-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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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 옛사람들은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을 통해 일상(日常)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는 마시고 먹는 행위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늘 있는 예사로운 일을 뜻하기도 한다. 이 말이 가리키는 일상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일상은 늘 있으나 먹고 마시는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먹고 마시는 일상을 다시 들여다본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일터로 복귀하는 것이 직장인들의 흔한 일상이다. 밥보다 잠이 좋아 아침은 거르거나 빵 몇 조각으로 대신했으니 점심이 첫 끼인 사람이 많다. 일과 모임 등으로 저녁 시간이 안정적이지 않은 이들에게는 점심이 더더욱 중요하다. 술에 곁들이는 안주로 저녁을 대충 때운다면 저녁도 밥이 주인공은 아니다. 빵이 밥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밥이 하루 세 번 늘 있는 일상도 아니다.

차는 커피에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할 상황이다. 차를 일상으로 즐겨 마시는 이가 얼마나 될까? 커피, 크림, 설탕이 삼위일체로 들어 있는 인스턴트커피나 두세 집 건너 하나씩 있는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에 그 지위를 빼앗긴 지 오래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 날, 속이 좋지 않은 날, 어쩌다 전통찻집에 간 날에야 커피 아닌 차를 찾게 됐다. 상황이 이러니 일상에서 차가 차지했던 자리는 커피에 넘겨줘야 한다.

일상커빵사,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불교에서 일상다반사는 일상에서의 평상심이 곧 깨달음의 마음과 연관돼 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평상심이 유지되려면 일상이 평온해야 한다. 한두 끼를 빵으로 대체하더라도 삼시 세끼를 갖춰 먹을 수 있는 일상은 평온한 일상이다. 여기에 커피를 곁들여 바쁜 삶에서 사색의 시간을 찾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먹고 마시는 일에서의 깨달음을 기대해 본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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