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냐고요? 글을 쓸때 비로소 ‘나’ 같거든요” [2024 신춘문예]

  • 문화일보
  • 입력 2024-01-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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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4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왼쪽부터 기명진(단편소설), 박서현(동화), 강지수(시), 정원(문학평론) 당선자. 백동현 기자



■ 2024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4人 인터뷰

시 - 강지수
취업 위해 자신을 재조립하는 현실 써

소설 - 기명진
어릴때 꿈…아이 키워놓고 겨우 도전

동화 - 박서현
자연스럽게 위로 전하는 이야기 쓸것

평론 - 정원
시 해석하듯 삶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


“2024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등단을 꿈꾸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이 연말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닐까. 전화를 통해 소식을 들은 어떤 사람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어떤 이는 한참을 운다. 책을 읽지 않는 이 시대에, 이들은 왜 이렇게 간절하게 바라고 원할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들의 열망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2024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4인을 만나 물었다.

◇시 부문 당선자 강지수 “제가 모르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대학에서 국제통상을 공부한 시 부문 당선자 강지수(30)는 본격적으로 시를 쓴 지 1년 남짓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옛날부터 워낙 글을 좋아했지만 창작은 저에게 너무 먼 이야기라고 느껴져서 읽는 것으로만 만족했어요. 그런데 대학 교양수업으로 문과대학 수업을 몇 개 듣고, 남편도 등단을 준비하며 소설을 계속 쓰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도 하고 싶다’고 느껴 쓰기 시작했어요.”

당선작 ‘면접 스터디’는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스터디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실제 면접 스터디를 할 때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시의 재료가 됐다. “요새 취업이 워낙 힘들잖아요. 취업을 하려고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자신을 모두 재조립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힘든 이 현실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시로 옮겼습니다.”

작품은 이러한 그의 생각을 뚜렷하고 선명하게 드러낸다. 관념적이거나 애매하지 않고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다. 강지수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면서 쓰진 말자는 게 나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이나 와 닿지 않는 건 안 쓰려 해요. 제가 모르는 말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어요. 앞으로도 최대한 솔직하게, 이해하기 쉽게 쓰려 합니다.”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기명진 “쓸 때 비로소 나 같아”

“지난해 조경란 소설가가 이렇게 말씀하셨더라고요. ‘스스로 작가로 가는 문을 열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그 말대로, 하나의 문을 연 느낌이에요. 정말 행복합니다.”

올해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중 기명진(46·본명 황정숙)은 가장 오래 준비한 끝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2019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5년째 여러 신문사 신춘문예와 공모전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신춘문예 역시 좋은 소식이 없겠구나, 싶어 또 다른 곳에 장편소설을 투고하러 우체국에 다녀오는 길에 당선 전화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유명한 기름집’의 흐름이 매끄럽고 문장이 유려하다고 평했다. 기명진은 “지난해 1월에 초고를 쓴 이후 2년 가깝게 고치고 또 고쳤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쉽게 손대지 못했어요. 생업도 있었고요.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다음 ‘이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막무가내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렇게 쓰고 싶었냐고 물었다. “쓸 때 비로소 나 같거든요.”

“글 욕심이 많다”는 그는 “다작 작가가 되고 싶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쓰고 싶은 게 많아요. 사람에 대해서도 쓰고 싶고 지구, 환경에 관해서도 쓰고 싶고요. 불철주야 노력하는 다작 작가가 되겠습니다!”

◇동화 부문 당선자 박서현 “따뜻한 위로가 되는 동화, 더 잘 쓰고 싶어요”

동화 부문 당선자 박서현(31)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처음엔 소설을 쓰고 싶어 문창과에 들어갔지만 쓰는 소설마다 어딘지 모르게 따뜻하고 순수한, 동화 같은 면이 돋보인다는 평을 들었던 그는 운명처럼, 동화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어린이라는 점이 동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보통 동화라고 하면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떠올리지만, 동화야말로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야기에 깃든 기쁨, 슬픔, 후회와 욕망 같은 모든 것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매력이지요.”

당선작 ‘노아의 거짓말’은 빈 행성에 홀로 남은 휴머노이드 로봇 노아의 이야기. 감정을 갖게 된 노아의 이야기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부끄럽지만 저는 사건을 만드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제 글의 주인공은 사건보다는 사건 후 남겨진 어떤 존재예요. 따뜻한 이야기,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나 너 위로할 거야’ 이렇게 대놓고 위로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요.”

그는 동화를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창작의 동력이 된다고 했다. “가끔 너무 잘 쓴 동화를 읽을 때는 ‘당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나도 잘 쓰고 싶다’와 ‘왜 난 안 되지?’ 사이에서 싸웁니다. 그래도 자꾸 써요. 쓰다 보면 이야기 안에서 어떤 가능성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부족한 부분이 충족되는 기분, 그런 걸 느낄 때 행복한 것 같아요. 자꾸 쓰고 싶어집니다.”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정원 “힙한 평론가가 될게요”

“대학원 수업이 끝나고 하교하던 중에 당선 전화를 받았어요. 비가 소록소록 내린 날이었는데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사당역 14번 출구 앞에 주저앉아 막 울었어요.”

정원(25·본명 김정원)은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은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동안의 모든 상처와 지난함이 떠올랐어요. 나의 상처가 쓸모없지 않았구나, 문학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에 그렇게 울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시인을 꿈꾸며 시 습작을 해왔다는 그는 대학원에서 문학평론을 처음 접했다. 평론을 쓰기 시작한 건 6개월이 채 안 됐지만 “나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 느꼈다. “대학원에서 처음 평론을 써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적성에도 잘 맞고요. 시를 포기할 수도, 평론을 포기할 수도 없게 됐는데 시와 평론을 둘 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하다가 시 평론을 쓰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시 평론을 택했습니다.”

평론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것? 그럴 주제가 감히 안 되지만 이 시를 내가 어떻게 해석해도 상관이 없는 거잖아요. 그게 매력적이었어요. 어쩌면 내 마음대로 살아보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고요.(웃음)”

독특하고 힙한 매력의 가수 미노이의 팬이라는 그는 “항상 힙하게 쓰고 싶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등단했다는 게 엄청 부담되기도 해요. 그래서 당선 전화를 받은 뒤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겸손하면서 힙하게 쓰겠습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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