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매입임대 정책[김성훈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

  • 문화일보
  • 입력 2024-01-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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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사업의 주택 매입 가격 기준을 ‘원가 이하’에서 ‘감정가’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4월 LH의 ‘고가 매입’을 막겠다고 제도를 고친 지 1년도 안 돼 다시 바꾸는 것입니다.

매입임대사업은 LH 등 공공기관이 다가구와 아파트 등 기존 주택을 매수하거나 사전 약정 방식으로 신축 주택을 매입,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매입임대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하게 된 과정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LH는 2022년 말 매입임대사업을 통해 준공 후 미분양 상태였던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소형 평형 30여 가구를 매입했습니다. LH는 분양가보다 13%가량 싸게 샀는데, 당시 최대 15% 할인분양이 이뤄지던 상황이라 ‘고가 매입’이란 비판이 나온 건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이 나서 “내 돈이면 이 가격에 안 산다”며 LH에 제도를 고치라고 압박한 것입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LH가 더 싸게 샀어야 맞지만, 장관 한 마디에 일괄적으로 원가 이하 매입 방침을 정한 것이 타당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건설업계에선 “건축주가 원가 이하로 팔 이유가 없다. 매입임대 물량 확보만 어려워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기준이 강화되자 실제로 지난해 정부의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은 1만 가구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연간 목표 물량인 3만5000가구에 한참 미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공급할 매입임대 주택을 충분히 구하지 못했다는 얘기이고, 제도 개편 당시부터 지적됐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현실화한 셈입니다.

또 LH는 올해 전세 사기 피해주택 5000가구를 매입할 계획입니다. 피해자에게 시세의 30∼50% 수준 임대료만 받고 최대 20년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원가 이하라는 매입 기준을 유지해서는 이들 주택을 사기도 어려울 게 뻔합니다. 이런 상황에 부닥치자 결국 매입 가격 기준을 다시 감정가로 되돌리게 됐습니다. 지난해 무리한 기준을 만들지 않았다면 매입임대사업 실적이 그렇게 저조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정책에서 포퓰리즘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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