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4-01-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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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먹으라고, 아니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던지는 미끼를 요즘은 사람이 먹는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물에서는 물고기를 이길 재간이 없다. 물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이 생물을 말 그대로 ‘물고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물이나 낚시가 있어야 한다. 그물은 물고기가 다니는 곳에 잘 쳐놓기만 하면 되지만 낚시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리한 물고기를 꼬여 바늘을 물게 해야 하는데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미끼이다.

미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ㄳ’을 받침으로 가지는 ‘?’과 마주치게 된다. 본래 한 음절로 쓰였는데 여기에 다시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가 결합되어 ‘미끼’가 된 것이다. 방언에서는 ‘잇갑’으로 많이 나타나는데 이를 발음에 따라 ‘이깝’으로 쓰기도 한다. ‘이깝’과 ‘미끼’가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관련이 있을 것 같지만 그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이들이 합쳐진 ‘미깝’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제주의 ‘뿡기’까지 만나면 뜻을 종잡기 어렵다.

‘미끼’와 ‘이깝’을 합쳐 놓은 듯한 ‘밑밥’도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아무래도 낚시 밑에 깔아 두는 밥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 밑밥도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낚싯바늘에 끼우는 미끼와는 엄연히 다르다.

이 미끼를 사람이 먹게 된 이유는 누군가 사람들에게 밑밥을 깔고 낚시를 던져 낚으려는 데 있다. 장사꾼들은 미끼 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은 곳곳에 밑밥을 깔아 사람들을 TV 앞에 붙들어 놓으려 한다. 사기꾼들 또한 더 큰 이득을 취하기 위해 미끼를 던지니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낚이기 십상이다. 물고기들은 배고픔에 미끼를 문다지만 사람들은 욕심이나 게으름 때문에 미끼를 문다. 사기를 위한 미끼,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 위한 미끼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면 보인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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