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문턱[박준우 특파원의 차이나인사이드]

  • 문화일보
  • 입력 2024-01-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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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위기에 30∼40대 직장인들도 ‘정리해고’ 위기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35세만 되면 재취업 어려워… 근데 나는 38세야…"

지난 28일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 공개된 한 영상이 14억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38세의 명문대 출신 남편은 해고 통지서를 확인한 아내의 추궁 속에 자신이 얼마 전 정리 해고됐지만 새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몰래 음식배달 일을 하고 있었음을 울면서 고백했다. 결국 아내도 남편을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이 영상은 곧 중국 내에서 뜨거운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해당 영상에 대한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SNS 상에서는 비슷한 사연을 토로하면서 경제적 어려움과 가정을 지키지 못했음을 한탄하는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실제 가족들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중국 30∼40대들이 중국 내부의 경제난 속에 심각한 실직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마의 35세’, 또는 ‘35세 문턱’이라 하여, 35세 이상의 실직자의 경우 재취업이 상당히 어렵다는 속설이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헤드헌터 웹사이트 ‘위즈덤 링크 리크루트’ 발표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의 85%가 ‘35세 문턱’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중 46.8%는 35세 이후에는 취업이 어렵다고 답했다.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불안감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노동단체인 중화전국총공회의 2022년 조사에서도 35∼39세 근로자의 54.1%가 실직, 70.7%가 도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94.8%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인터넷 기업의 HR(인사부 직원)은 차이나 중궈신원저우간(中國新聞週刊)과의 인터뷰에서 해고는 주로 인건비, 35세 이상 직원, 연공서열, 높은 연봉, 적응력, 체력 등을 고려하며 대학 졸업생에 비해 ‘정리해고’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35∼40세의 실업률이 청년실업률 못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 30∼40대의 위기는 최근 논란이 됐던 청년실업 못지 않은 경제적 불안요소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들이 실업 위기에 몰리면서 가계가 흔들리고 이는 결국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당 동영상에 중국 내 매체들은 "코로나 시대의 어려움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곧 좋은 때가 다시 올 것"이라며 애써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다시 궤도에 올라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고 그 동안에는 소위 ‘최적화’라 불리는 정리 해고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제대로 된 노동법도 없어 갑작스레 직장을 잃은 이들의 어려움이 더 클 전망이다. 2024년 새해를 여는 중국의 봄은 유난히 더 춥다.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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