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노래를 부르면 메뉴가 떠올라요[이우석의 푸드로지]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1 09:24
  • 업데이트 2024-02-0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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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대중가요 노랫말 속 음식

“오늘 뭘 먹지?”

외식이 일상화된 현대인, 점심이나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 늘 망설여지게 마련이다. 특히 메뉴 선택에 대한 주도권을 (강제적으로) 이양받았다면 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짬짜면’이나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 등장했을 만큼 메뉴에 대한 고민은 일상에서 결코 적은 비중이 아니다. ‘뭘 먹지’에 대한 고민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 주 푸드로지는 음식 선택에 일조할 수 있는 영감을 대중가요에서 찾았다. 대중가요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이 용해돼 있다. 듣고 나면 침이 고이는 노래, 미각을 찬양한 시대별 다양한 노랫말을 찾아봤다. 가사를 일람하고 메뉴판처럼 당장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된다.

■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 한복남의 빈대떡 신사(1943년 발표) 가사 한 대목이다.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녹두, 구수한 기름 맛, 튀기듯 부쳐내 바삭하니 씹는 느낌 좋은 빈대떡, 요즘 날씨에 딱이다. 노랫말처럼 예전엔 비싼 고기 대신 비슷한 맛으로 만들어 먹은 것이 빈대떡이다. 돈이 없어서 먹는 게 아니라 맛으로 먹는다. 값도 꽤 올라 고기값에 버금간다. 집에서 부쳐 먹긴 힘들다. 사 먹을 곳이 있다.

◇빈대떡 = 종로빈대떡 1호점. 과거 서울 종각에서 만나자 하면, 만나던 그곳이다. ‘빠이롯트’ 뒤에 있던 이 집은 두툼한 녹두빈대떡을 취향에 따라 고기, 해물, 김치와 함께 즉석에서 부쳐서 판다. 이젠 ‘빈대떡 신사’도 돈 좀 들고 가야 맛볼 수 있을 만큼 값도 꽤 나가지만 기름진 옛맛이 여전해 많은 이가 찾는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막걸리를 끼고 빈대떡을 집어먹는 ‘신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2길 10.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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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어. 그러자 어머님이 마지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지오디가 1999년에 발표한 ‘어머님께’에서 라면은 화자(話者)의 가난하고 힘든 삶의 상징, 자장면은 그나마 맛있는 외식의 아이콘으로 인식된다. 그나마 궁핍한 살림에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고사하셨겠지만….

자장면의 사회적 위상은 수시로 바뀐다. 태생 자체가 중국인 노동자 쿨리(苦力)의 한 끼 식사로 출발했다. 여전히 서민 음식 중 하나지만 1970~1980년대 서민에겐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별미였다.

◇자장면 = 북경. 고추간짜장과 얼큰한 짬뽕이 인기다. 파기름 향 물씬 풍기는 자장면에는 이미 청양고추가 들었다. 여기다 고춧가루까지 솔솔 뿌려 먹으면 알싸하고 매콤한 첫맛에 기름기의 느끼한 맛도 싹 날아간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20길 23. 고추간짜장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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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겨도 너무 질겨 냉면 냉면 냉면 그래도 널 사랑해’

“가슴이 너무 시려. 냉면 냉면 냉면. 널 보면 너무나 또다시 봐도 너무나 차디차, 몸이 떨려. 냉면 냉면 냉면. 질겨도 너무 질겨. 냉면 냉면 냉면. 그래도 널 사랑해.” 2009년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서 개그맨 박명수와 소녀시대 제시카가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명카 드라이브’의 곡 ‘냉면’이다. ‘차가운 얼굴’이란 중의적 뜻으로 냉면(冷面)을 제목에 내세웠지만, 정작 가사는 이가 시리고 질기다는 둥 ‘차가운 국수(冷麵)’를 가리킨다.

이가 시릴 만큼 차갑고 면발이 질기다는 점을 보면 아마도 ‘함흥냉면’일 테다. 냉면은 원래 겨울에 먹던 음식. 고무줄처럼 늘어지는 함흥식 전분 면을 수육이나 회와 함께 요즘 즐기기 좋다.

◇냉면 = 흥남집. 함경도 출신이 모여 살던 중앙건어물시장 인근 오장동에서 터주 격으로 세월을 지켜낸 냉면집이다. 얇고 탱탱한 전분 국수를 그릇에 담고 살얼음 낀 육수를 붓는다. 그다음 매콤 칼칼한 양념과 간자미회를 얹어낸다. 서울 중구 마른내로 114.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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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계백숙 오오오. 그 튼튼한 다리를 믿어’

“영계백숙 오오오. 영계백숙 오오오. 그 튼튼한 다리를 믿어, 그 거친 피부를 믿어. 영계백숙 오오오. 영계백숙 오오오. 거만하게 꼰 다리를 믿어, 속이 꽉 찬 그의 배를 믿어. 영계백숙 오오오.”

방송인 정준하와 애프터스쿨이 결성한 팀 애프터 쉐이빙이 부른 노래 중 ‘영계백숙’이 있다. 약병아리 연계(軟鷄)가 발음이 바뀌어 영계가 됐는데, 혹자는 어린 닭이라며 영계(young鷄)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아직 작고 연한 닭을 뚝배기에 넣어 그대로 푹 익힌 요리가 백숙이다. 배 속에 찹쌀, 대추, 인삼 등 약재를 채운 후 양다리를 꼬아 묶어 넣기도 한다. 날개나 다리를 입에 넣고 훑으면 뼈만 나올 정도로 부드럽다. 아프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영계백숙을 많이 찾는다.

◇백숙 = 이름하여 송천휴게소. 강원도 시골 길가에 위치한 식당답게 가장 대표적인 찜은 닭백숙이다. 영계는 아니다. 토종닭백숙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 상추쌈을 싸 먹으라고 찐 감자와 옥수수밥을 내준다. 강원 강릉시 연곡면 진고개로 781-1. 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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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는 풍각쟁이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고’

한식의 많은 메뉴가 이처럼 노래에 자리를 차지하는데 어째서 불고기는 없을까. 찾아봤더니 당연히 있었다. 일제강점기 1938년에 박향림이 부른 ‘오빠는 풍각쟁이’란 노래에 불고기와 떡볶이가 나온다. “오빠는 풍각쟁이야, 머. 오빠는 심술쟁이야, 머. 난 몰라이, 난 몰라이. 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거 난 몰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고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오빠는 욕심쟁이 오빠는 심술쟁이, 오빠는 깍쟁이야.”

불고기는 옛날에도 값지고 맛있는 음식(반찬)의 대명사. 예전엔 외국인에게 한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메뉴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다. 간장과 설탕, 맛술, 참기름 등에 하루 정도 재웠다가 놋쇠 불판에 구워내면 불맛 스민 고기 맛은 물론 국물도 밥이나 메밀국수를 비벼 먹기 좋다.

◇불고기 = 서울 충무로 인근 남산골에 한식당 진고개(珍古介)가 있다. 1963년 개업했으니 이제 환갑을 넘긴 노포다. 무쇠 불판에 구워내는 정통 불고기를 판다. 서울 중구 충무로 19-1.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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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함께 돼지국밥을 먹고싶다 부산으로 떠나자’

“나 오늘 밤 고백할게 너와 함께 돼지국밥을 먹고 싶다 부산으로 떠나자. 손만 잡고 잘꺼다 딴생각은 말아라. 부산에 가고 싶다. 바다가 날 부른다. 국밥에 후추! 부추! 고춧가루!” 2012년 클로버의 곡 ‘돼지국밥’이다. 노랫말뿐 아니라 제목 자체가 돼지국밥이다. 부산 사람들의 추억 음식으로 대표적인 부산 돼지국밥은 함경도와 경남도의 식문화가 융합된 결정체다. 돼지 사골이나 고기를 우려 육수를 내고 저마다 각각 자신 있는 고명을 얹어 완전체를 이루는 서민 음식이다.

◇국밥 = 옥동식. 미국 뉴욕에서 그리도 핫하다는 국밥집 옥동식이다. 본점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다. 사실 이름도 돼지국밥이 아니라 돼지곰탕이다. 돼지국밥은 국밥의 한 장르를 이룰 정도로 그 존재감이 크기 때문에 돼지곰탕도 그 속성을 보자면 돼지국밥의 범주에 든다. 투명한 국물이 지극한 감칠맛을 낸다. 검은 돼지로 맑은 국물을 냈는데, 어찌 이토록 진한 풍미를 숨겨 놓았을까 신기하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7길 44-10.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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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 내가 돈이 없을 때에도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자.” 변진섭은 1989년 ‘희망사항’이란 노래에서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던 ‘김치볶음밥’을 노래했다. 여러 매력이 있지만 이 중 ‘김치볶음밥을 잘하는 여자가 좋다’는 조건을 내거는 용기(?)를 보였다. 볶음밥은 중국과 동남아의 주요 식단이지만 김치볶음밥만큼은 한국인의 추억 음식 중 하나. 찬밥에 김치를 잘게 썰어 볶으면 되니 집에서도 곧잘 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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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볶음밥 = 분식집에서도 사 먹고 집에서도 종종 해 먹지만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역시 삼겹살을 먹고 난 다음 김치와 함께 볶아낸 것이다. 다동 대원집은 냉동삼겹살 맛집. 삼겹살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볶아낸 김치와 밥알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소하고 새큼한 맛을 낸다.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남자도 ‘희망사항’에 들까? 든다면 필자도 명단에 분명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듯. 서울 중구 을지로3길 30-4. 공깃밥 1000원(셀프 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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