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과 플레이팅[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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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재질과 모양의 도마가 인기를 끈다지만 가끔씩 용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도마를 만나게 된다. 손잡이가 달린 것, 물고기 모양인 것, 칼질을 하기엔 너무 좁고 긴 것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에도 이름에 도마가 붙기는 하지만 보통 ‘플레이팅 도마’라고 불린다. 플레이트는 접시를 뜻하니 플레이팅은 음식을 접시를 비롯한 그릇에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차림’ 정도로 바꿔 쓸 수 있을 듯한데 플레이팅이라 해야 있어 보이니 차림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음식은 입으로 먹어 혀로 맛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코와 귀, 그리고 눈의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더라도 코로 냄새를 맡아 어떤 음식이 있는지 안다. 예민한 후각으로 사냥을 하는 동물과 공유하고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기름에 음식이 튀겨지는 소리, 콩이 볶아지는 소리, 압력솥에서 김이 빠지는 소리를 들으며 입맛을 다신다. 심지어 유튜브에서는 맛있는 음식의 영상뿐만 아니라 요리하고 먹는 과정에서의 소리까지 담아내려 애쓴다.

플레이팅은 눈을 위한 작업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왕이면 눈으로 보기 좋게 차려 내는 것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서양 요리에서는 플레이팅 과정마저 요리의 일부로 보니 우리보다 차림에 더 민감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차림’을 ‘플레이팅’으로 바꾸면 더 그럴싸해 보이는가? 우리에게 차림이란 말이 있지만 아무래도 플레이팅은 서양 요리에서 중시되는 개념이다. 서양 요리에 서양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가, 아니면 우리끼리 하는 말이니 우리말로 바꿔야 하는가? 우리의 밥상, 우리의 말을 고집하는 이에게는 플레이팅이 귀에 거슬리지만 지구촌의 일원으로 살아갈 이들에게는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는 말이기도 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두 말을 다 알고 쓰고 이해하는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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