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총선용 식량안보관[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7 11:38
프린트
박정민 경제부 차장

지난해 12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송 후보자에게 “식량안보에 대해 알고 있느냐”며 다그쳤다. 식량 가격을 시장의 원리에 맡기겠다는 송 후보자의 발언을 질타하기 위한 것으로, 무기에 버금가는 식량의 가격을 시장에 맡겨선 안 된다는 취지다. 여기서 ‘식량’은 쌀이다. 정부의 가격 불개입을 식량안보 포기로 간주했다.

식량안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 중요해졌다. 식량안보의 개념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한 국가가 안정적으로 자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보편적으로 세계식량안보지수(GFSI)가 활용된다. 이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12년부터 매년 113개국의 식량안보 수준을 구매능력, 가용성, 품질 및 안전성, 자연자원 및 회복력 등으로 나눠 지수화한 것이다. 재작년 국정감사에선 한 민주당 의원이 우리나라의 GFSI 순위가 떨어졌다며 전임 농식품부 장관을 다그친 적도 있었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39위로, 민주당의 논리대로라면 한국의 GFSI 순위는 경제대국 지위에 걸맞지 않다.

사실 GFSI는 자유무역주의에 근거한 식량안보 평가다. 2022년 발표된 GFSI 상위 국가에는 핀란드(1위), 아일랜드(2위), 노르웨이(3위) 등이 있는데, 미국(13위), 중국(25위), 호주(22위) 등 전형적인 농업국가들보다 순위가 높다. GFSI가 단순히 농산물의 자국 생산보다 농산물 수입 문턱이 낮은 국가에 점수를 더 준다는 의미인데, 가령 농산물 수입관세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해당 부분의 점수가 0점, 순위가 39위로 밀린 반면, 싱가포르는 100점에 28위로 우리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이는 자국 농업 생산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높은 관세율이 자유무역주의에 근거한 GFSI 순위에는 역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쌀과 같은 특정 품목에 목표가격을 설정하는 것과 같은 정책은 이 같은 글로벌 식량안보 관점에선 벗어나 있는 셈이다.

최근 민주당은 ‘새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민생법안’이라며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때도 식량안보를 언급했다. 이번엔 다른 농산물의 가격까지 정부가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GFSI 이면의 내용도 몰랐던 의원처럼 순위를 높이는 식의 식량안보를 강화하자는 얘긴 아니겠지만, 과잉생산으로 자급률 100%에 육박하는 쌀과 같은 작물을 무기에 비견하며 시장 개입을 요구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

민주당이 정말 식량안보를 생각한다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쌀을 정치화할 것이 아니라 쌀에 편중된 예산부터 분산시켜야 한다. 식량안보를 위해 곡물을 포함한 다양한 품목에 대한 형평성 있는 예산 지원은 물론 비상시 대외 수입처 확보, 우방과의 교역 등 여러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 농작물 생산 예측을 고도화하는 것 역시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취임 한 달을 넘기고 있는 송 장관도 앞서 밝힌 대로 시장 원리에 기반한 가격정책을 고수하며, 쌀에 편중된 왜곡된 농정예산 정상화를 통해 식량안보를 강화할 것을 기대해 본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민 경제부 차장

박정민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