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 위험자산, 중국 → 인도… 세계의 돈맥, 방향을 틀었다[Global Economy]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3 09:08
  • 업데이트 2024-02-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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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Economy - 연초 ‘글로벌 머니 무브’ 뚜렷

美 금리인하 시행시기 특정안해
초단기 고수익 ‘파킹 투자’ 인기
투기등급 회사채 펀드 발행도↑

중화권증시 3년간 6조달러 증발
글로벌 헤지펀드 인도 쏠림 심화
日 소매투자자도 印에 무게중심


올해 수년간 이어졌던 긴축이 종료되고 금리 인하가 예고되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예금 등 안전자산과 선진국 중심이었던 투자 기조가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과 신흥국 중심으로 이동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대기성 자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으로 향했던 글로벌 자금도 인도로 방향을 틀었다. ‘글로벌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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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킹’ 상품 인기 =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을 앞두고 금리 변동 가능성이 커지자 자금을 주차하듯 잠시 맡겨 놓는다는 의미의 ‘파킹 투자’가 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인하 시기를 밝히지 않자, 투자 방향을 잃은 자금이 단기·고수익 상품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미국 MMF의 총자산 규모는 6조12억 달러(약 7942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 말 MMF 총자산이 4조 달러 규모였던 점과 비교하면 4년간 50%나 늘어난 셈이다. 1월 마지막 주(1월 25∼31일)에만 417억 달러의 신규 자금이 MMF에 유입됐다. MMF는 금리가 높은 1년 이내 채권이나 기업어음(CP)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초단기 금융상품이다. 투자 위험은 적은 데 반해 금리는 4∼5%에 달해 잠시 돈을 넣어놔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CD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MMF와 CD에 몰린 돈만 총 8조8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WSJ는 두 상품 모두 장기 투자가 목적이 아닌 만큼 금리가 떨어져 수익률이 하락하거나 주식 등 자산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 언제든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험자산 투자도 늘어 = 금리 인하 기대감에 위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익률이 높은 투기등급(정크) 회사채 펀드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자 부담 경감으로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1월 1∼29일 미국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총 119억 달러가 순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최근 사모펀드 업계에서 투기 등급 회사채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 리캡’(자본구조 재조정)이 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에 채권금리가 하락하자 위험자산에도 줄어든 차입 비용을 호재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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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투자는 중국에서 인도로 = 신흥국을 향하는 글로벌 자금은 중국에서 인도로 옮겨가고 있다. 경기침체와 미·중 갈등에 대한 부담감에 투자자들이 앞다퉈 인도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화권 증시는 2021년 2월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3년간 홍콩과 중국본토 증시에서 6조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진은 새해에도 이어져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10% 넘게 하락하면서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 4위 국가 자리를 인도에 내줬다.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인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시가총액은 총 4조3300억 달러로 같은 날 홍콩 거래소의 시가총액 4조29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인도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5일 처음으로 4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1개월여 만에 다시 3300억 달러가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의 큰손인 헤지펀드들은 앞다퉈 인도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620억 달러의 투자 규모를 자랑하는 마셜 웨이스는 인도를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순매수 투자 대상국에 올렸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본토벨 홀딩스는 인도에 신흥시장 본부를 설립했고 미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 그룹은 인도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사업을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일본의 소매투자자들도 중국에서 자금을 빼내 인도로 옮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자본 대이동이 향후 10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인도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 국가로 올라선 데다 고속 성장과 더불어 외국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중국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올해 인도 경제가 7%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전망치(6.3%)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4.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수닐 코울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오는 4∼5월 인도에서 치러질 총선에 앞서 투자자들이 (인도 증시로의) 추가 자금 투입을 망설이고 있지만, 일단 선거가 종료되면 더 많은 자금이 인도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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