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눈, 영혼없는 초상… 소외된 인간 표현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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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히노 고레이코, Tiger, 2017, Oil on canvas. 금산갤러리 제공



20일까지 고레이코 전시회

커다란 눈동자는 초점 없이 공허하다. 영원히 늙지 않을 듯한 매끈한 피부와 섬세한 근육, 화사한 하늘이 펼쳐진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텅 빈 눈이다. 일본 작가 히노 고레이코(48)의 그림을 마주하면 왠지 모를 섬뜩함과 불안이 엄습한다. 마치 아무런 감정 없는 인형이나 마네킹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닮았다. 아마도 희망, 낙관, 미래 같은 것들이 결여됐기 때문일 터다.

서울 중구 금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히노 고레이코의 개인전 ‘PORTRAITS’에 걸린 20여 점의 작품들엔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갇혀 있다. 요동치는 일상에 잠식당해 스러지는 부적응자들의 초상이자 가발을 쓰고 포즈를 취해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며 그린 작가의 자화상이다. 작가는 영혼과 마음 같은 무형적인 것을 느끼게 하는 회화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감정이 배제된 얼굴을 그렸다고 한다.

단순히 쇼크나 불쾌감을 주기 위한 그림이 아니다. ‘감정정보’가 삭제된 초상화들은 역설적으로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는 길이 소통에 있음을 말한다. “만약 페인팅 속의 인물로부터 마음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영혼의 존재는 어디서 느낄 수 있는 걸까”라는 작가는 “하얀 캔버스에 무한한 깊이를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마음을 잃은 인간의 동공의 깊이를 느낀다”고 했다. 전시는 20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유승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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