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복지등기 왔어요” …1만7000 위기가구 구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6 11:42
  • 업데이트 2024-02-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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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집배원이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며 위기의심가구의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파악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사진제공, 그래픽=전승훈 기자



■ 지자체 ‘복지 묘수’로 부상

독거가구 등에 매달 우편물 발송
집배원이 생활실태 파악해 보고

서울 자치구 총 10곳 참여 그쳐
예산문제 해결후 내년 확산 기대


김군찬·오산=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지난 2022년 8월 부산 영도우체국 소속 집배원 A 씨는 우편물 배달을 하며 영도구에 거주하는 박모 씨 집에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등이 쌓여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박 씨가 지방자치단체가 위기의심가구에 등기 우편물을 발송하는 ‘복지등기우편서비스’ 대상자인 것을 알고 있던 그는 해당 우편물을 배달하며 박 씨의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파악해 영도구에 알렸다. 상담을 통해 박 씨가 퇴사 후 실업급여가 만료된 상황에서 막대한 의료비까지 지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영도구는 박 씨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을 안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서울 송파구의 한 모자(母子) 가구가 복지등기우편서비스를 통해 송파구의 도움을 받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쌀, 부식 등 생필품을 긴급지원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복지등기우편서비스가 수원 세 모녀 사건, 신촌 모녀 사건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막을 획기적 방안으로 지자체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지자체가 위기의심가구·독거가구 등을 선정해 복지 관련 안내문이 포함된 등기우편물을 매달 1∼2회 발송하는 방식으로, 집배원은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면서 해당 가구의 주거환경과 생활실태를 파악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지자체에 전달한다. 이를 토대로 지자체는 각 가구 상황에 맞는 맞춤형 복지를 지원할 수 있다. 2022년 시범 사업으로 이 서비스를 진행하던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4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하는 중으로 현재 전국 60개 기초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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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성과는 이 서비스를 도입한 전국 여러 지자체와 서울 자치구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이 서비스를 통해 1만2875가구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공공복지서비스를 지원받았으며 4848가구가 생활물품 지원 등 민간복지서비스를 연계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10월에는 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살며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오다 2022년 말부터 건강에 문제가 생겨 돈을 벌지 못했던 B 씨가 이 서비스를 통해 경기 시흥시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다.

이 서비스를 도입한 경기 오산시 관계자는 “시청과 읍·면·동 공무원 인력만으로 복지대상자 상황을 살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서비스가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 비용 대비 효율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 입장에선 이 서비스를 진행하는 데 일정 부분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부담을 느끼는 지자체들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 자치구는 송파구, 서대문구 등 총 10곳에 불과하다. 올해 예산 편성이 이미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당장 신규복지사업으로 시행하기는 어려워 내년은 돼야 추진 가능하다는 게 대다수 자치구의 공통된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역 단위 우정본부가 각 지자체에 서비스 시행 제안을 하면서 협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사업 시행을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등기우편서비스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복지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정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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