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고된물질에… 제주출신 ‘원정 해녀’ 대끊길라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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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외 지역해녀 소멸 위기

부산 나잠어업인 작년 655명
울산에선 4년새 181명 줄어
경북 종사자 90%가 60세 이상
어족자원 감소에 벌이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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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고령화와 젊은 층의 유입 감소로 해녀 인구 소멸이 가속화하면서 바다를 낀 지역의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알려진 ‘원정 해녀’의 명맥이 자칫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정 해녀란 19세기 말부터 제주를 떠나 타지에서 물질을 이어온 출향(出鄕) 해녀를 말하며 부산, 울산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들의 후예가 급격히 줄고 있다.

21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최근 해양수산부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제주 해녀 어업’을 관광 자원화하는 내용의 어촌 인구 소멸 대응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 밖 곳곳에서도 제주 해녀뿐 아니라 원정 해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정 해녀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2839명의 해녀가 활동하고 있는 제주에 비해 훨씬 숫자가 적어 심각한 소멸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일제 이후 제주 해녀가 대거 타지로 이주해 정착했는데 현재는 이들의 후예나 제자가 해녀·해남의 형태로 부산·울산·경남·경북·전남·전북·인천·강원·충남 등지에 흩어져 각 지역 어촌계에 가입하거나 지자체에 별도 신고를 하고 나잠(裸潛)어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95년 제주 해녀가 첫 바깥 물질에 나선 곳으로 알려진 부산의 경우 2009년 나잠어업인(원정 해녀 포함)이 1025명이었으나 점차 줄어 지난해 기준 655명이었다. 울산 역시 2019년 1306명이었던 나잠어업 종사자가 지난해 1125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다른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 해녀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나잠어업 신고자 642명(미신고자 13명 제외) 중 70세 이상이 72.9%를 차지하고 있으며 60세 이상으로 하면 96.7%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 2022년 실시한 나잠어업 실태 조사에서도 응답자 952명 중 70대(71세 이상∼80세 미만)가 43.9%로 가장 많았고 60대 37.0%, 80세 이상 9.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나잠어업 자체가 힘든 데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어족 자원이 줄어들면서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 기장군 두호 어촌계의 김정자(81) 해녀회장은 “30년 전엔 바다에 한번 나가면 전복·소라·해삼을 10만∼20만 원어치 잡았는데 지금은 5만∼6만 원 벌이밖에 못한다”며 “이러니 해녀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역 어촌계에선 정부와 지자체에 해녀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의 경우 2017년 해녀 지원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2008∼2018년 연평균 2억5800만 원이었던 시의 해녀 관련 예산은 2019∼2023년 연평균 1억2500만 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녀 고령화로 활동이 줄어들면서 예산 지원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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