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링컨당, 닫힌 트럼프당[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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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재직 당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증액하지 못하는 동맹국은 보호하지 않을 거다. 러시아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독려할 거다”고 말한 사실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등 동맹 체제에 부정적이고 고립주의 외교를 지향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후 공화당 반응이었다. 특히,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함께 대표 외교통으로 동맹을 중시하고 중국·러시아에 강경한 ‘매파’로 활약해온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변심은 미 언론과 동료 의원들도 놀랄 정도였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은 옳다. 나는 돈을 내지 않으면 쫓겨나는 체제를 원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앞장섰던 그는 13일 상원이 초당적으로 가결한 950억 달러(약 127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 안보 패키지 예산안도 반대했다. 8년 전 트럼프 당시 후보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나토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촉구하기 위해 지렛대로 사용한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히자 당내 충성파뿐 아니라 반대파 의원들까지 앞다퉈 ‘트럼프 표’ 정책 지지에 열 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외교·안보 등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의원에 대한 찍어내기식 표적 출마를 부추기며 전방위적 ‘트럼프 사당화’에 나서고 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안보 패키지 예산안에 찬성한 조니 에른스트 의원에 맞선 경선 도전을 촉구했고 셸리 무어 캐피토 의원을 겨냥해 주지사 후보로 출마한 그의 아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경선 관리를 맡은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을 사퇴 압박하고 “선출되면 9개월 동안 한 푼 남김없이 트럼프 당선을 위해 당 자금을 쓸 것”이라 공언한 며느리(라라 트럼프)를 공동의장으로 밀었다. 신념을 지키고 자리다툼을 원치 않는 의원들은 은퇴를 택하기도 했다.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으로 올해 39세의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지난 6일 “선거 정치는 결코 직업이 될 수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화당은 1854년 창당 당시 노예제 반대를 주장한 진보 자유주의 정당이었다. 1860년 최초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바로 미 역사상 최고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시대 변화로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했지만, 민주주의·시장경제·작은 정부라는 지향점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민주당과 경쟁하면서도 때론 타협·양보하며 미국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양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은 이민자·소수인종을 배척하고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충성 경쟁하는 사당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1월 대선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국의 미래는 물론 공화당의 미래에도 중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래저래 많은 것이 걸린 올해 미 대선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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