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회사도 이사회 개선 유도

상법개정 등 통해 견제 강화
보수 등 혜택 대폭 축소방안도

정부가 소위 ‘주인 없는 회사’인 금융지주사와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한 제도개선을 장기과제로 추진한다. 단기적으로는 각 회사의 자체 인적 쇄신을 통해 운영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28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포스코 사외이사들의 ‘호화출장’ 논란과 금융지주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책임 등을 거론하며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되, 단기적으론 각 회사에서 인적 쇄신 등 운영적 측면에서의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 개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일단 주인 없는 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상법상에는 이사와 이사회의 자격과 기능, 권한, 책임 등에 대한 조항이 열거돼 있는데, 이를 개정해 각 회사의 이사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임기를 ‘단임’으로 제한해 경영진과의 결탁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단기 방안에는 인적 쇄신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현재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일부 회사의 사외이사 교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각 회사에서 사외이사에게 제공하고 있는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따라 도입된 사외이사제 시행 초반에는 사외이사의 보수가 낮거나 없는 곳도 있어 ‘경영진 견제’라는 본래 취지에 충실했지만, 현재는 많이 변질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전자·SK·SK텔레콤 등에선 사외이사 연봉이 1억 원이 넘을 뿐만 아니라 일부 회사는 자사가 보유·생산한 각종 생산품 혹은 서비스를 사외이사에게 무료나 염가로 제공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