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사교육, 너무 비싼 집값” 韓 여성 왜 아이 안낳나 물어보니…英 BBC 집중조명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9 06:14
  • 업데이트 2024-02-2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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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속발전하며 여성 고등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었지만
아내·어머니 역할 더딘 변화가 핵심…사교육비, 독특한 문제”
긴 노동시간, 직장 불이익, 주거비 등 총체적 문제 지적



한국의 지난해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진 데 대해, 영국 공영 방송인 BBC가 그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BBC는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 발전하면서 여성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한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28일(현지시간) BBC는 한국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맞춰 서울 특파원 발로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요구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지난 1년간 전국을 돌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인터뷰 대상자인 30세 한 TV 프로듀서 A 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려우며,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평균 저녁 8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더 힘들게 한다”고도 언급했다. BBC는 월요일에 출근할 힘을 얻기 위해 주말에 링거를 맞곤 한다는 이야기를 일상처럼 가볍게 말했다고도 전했다.

기혼자인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39세 B 씨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일하고 즐기다 보니 너무 바빴고 이젠 자신들의 생활 방식으론 출산·육아가 불가능함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느냐’는 말에 그는 눈빛으로 답을 대신하며 “설거지를 시키면 항상 조금씩 빠뜨린다.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값이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

BBC는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의 독특한 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데 아이를 실패하도록 하는 것은 초경쟁적인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B 씨는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700파운드(120만 원)까지 쓰는 걸 봤는데 이런 걸 안 하면 아이들이 뒤처진다”고 말했다.

BBC는 과도한 사교육은 비용 자체보다 더 깊은 영향을 준다며 부산에 사는 32세 C 씨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20대까지 공부하면서 너무 지쳤으며 한국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털어놨다. 가끔 마음이 약해진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원하던 남편도 이제는 그의 뜻을 들어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전에 사는 웹툰 작가 D 씨는 아이를 갖는 일을 중대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출산 후에 곧 사회,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됐고 남편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고 무척 화가 났다”며 주변을 보니 다들 우울해서 사회적 현상이라고 이해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BBC는 정자 기증을 통한 임신이나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어떤 이들은 아이러니라고 한다고 했다. BBC는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을 구조적 문제로 다루겠다고 밝혔지만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곽선미 기자
곽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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