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의사’ 모습과 너무 달랐던 의협 집회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4 11:53
  • 업데이트 2024-03-04 12:16
프린트
■ 현장에서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2시 의사단체 회원 약 1만2000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은 4만 명)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외치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집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의사들이 ‘우리는 범죄인이 아니다(We are not criminals)’ ‘준비 안 된 의대 정원 의학 교육 훼손한다’ 등의 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정부 억압에 항거해 ‘의료 노예’에서 벗어나고 전공의를 지지하기 위해 왔다”며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은 의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차기 회장도 “의료교육 질과 환자 안전이라는 근본 가치에 대한 우려”로 나왔다고 했다. 한 50대 개원의는 “(이번 단체행동을)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비판하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은 스스로를 ‘의료 노예’라 칭하고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이들의 모습은 기자가 청소년 시절 경험한 ‘진짜 의사’의 모습과 대비됐다. 당시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해 3년을 병원에서 보냈는데, 과로에 시달린 주치의는 늘 안색이 흙빛이었다. 기자를 돌봐준 의료진도 말 그대로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사의 전형이었다. 국민을 향해 “불편을 끼쳐드릴 수도 있다”며 거리로 나온 의사들이 ‘의료의 미래’를 말하는 장면도 기자가 기억하는 의사들의 모습과 멀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도 기자가 느낀 의사에 대한 괴리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 20대 시민은 “환자를 버리고 거리에 나와서 저게 뭐하는 짓이냐”며 혀를 끌끌 찼다. 시민 강모(34) 씨도 “친척 중에도 파업 여파로 항암 치료가 미뤄진 환자가 있다”며 “의사들이 있어야 할 곳은 거리가 아니라 병원”이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대형병원 현장 취재에서 만난, 수술과 치료가 무기한 연기돼 기자에게 당혹스러운 눈빛을 보이던 환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관련기사
노지운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