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에게 찾아온 무지개색 삶… 글쓰기는 구원이죠”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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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만난 김동식 작가가 바닥에 누워 환하게 웃고 있다. 머리 위엔 데뷔 후 처음 발표한 에세이가 놓여 있다. 윤성호 기자



■ ‘무채색 삶…’ 첫 에세이집 출간한 소설가 김동식

소설쓰기 전후로 인생 나뉘어
주물공장서 10년 ‘배움의 시간’
무의미한 순간 단 하루도 없어

8년새 1000편 써낸 다작 작가
‘회색인간’ 100쇄 특별판도 내
인터넷 커뮤니티, 글감의 보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작가의 대표작 ‘회색 인간’. 최근 출간한 100쇄 기념 특별판(오른쪽).



“글쓰기는 제게 친구, 행복, 구원이죠. 회색 인간에게 무지개색 삶을 가져다줬으니까요.”

주물 공장 노동자에서 30만 부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이 극적이고 풍요로운 서사는 김동식(39) 작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김 작가는 2016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설을 올리기 시작해, 2017년 독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첫 소설집 ‘회색 인간’을 출간했다. 어느덧 데뷔 7년. 지난 4일 ‘회색 인간’은 100쇄 기념 특별판을 선보였으며, 그 직전 김 작가는 생애 첫 에세이도 펴냈다.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는데’(이상 ‘요다’). 묘하게 소설 제목과 연결된다. 허구의 세계가 아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파고들어 써낸 에세이를 통해 “이제야 ‘나’를 좀 알 것 같다”고 고백하는 그를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현재의 모습에 따라 과거 풍경이나 기억도 바뀐다고 하잖아요. 제 인생이 정말 그래요.” 김 작가는 자신의 삶을 소설 쓰기 전과 후로 나눈다. 그것은 색깔 없는 김동식이 다양한 색을 덧입어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는 작가 데뷔 전 10년간 결근 한 번 없이 다녔던 공장을 언급하며 “한때는 성수동 지하 지박령이 되는 줄 알았다”면서도 “소설가로 사랑받는 지금은 그것조차 좋게 느껴진다”고 했다. “고통이나 슬픈 기억들조차 배움과 성장의 시간으로 새롭게 다가와요. 무의미한 순간은 단 하나도 없다는 걸, 지금의 삶에 충실할수록 더 확실히 깨닫습니다.”

책은 부산 영도 산복도로에서 태어나고 보낸 어린 시절, 가난했지만 명랑했던 유년기와 중학교를 중퇴하게 된 사연, 월 60만 원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공장에서 처음 130만 원을 받고 감격한 일 등 글로는 처음 밝히는 김 작가의 내밀한 개인사를 담았다. 1부에서 소설가 이전의 삶을 집요하게 파헤친다면, 2부는 데뷔 이후의 삶이다. 인기 작가가 되고도 자존감이 낮은 이유, 호떡을 먹다가 만난 독자, 글감을 얻겠다며 도박장에 갔다가 수십만 원을 날리는 등 ‘인간 김동식’과 ‘작가 김동식’의 경계에서 발현되는 총천연색 김동식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김동식은 김동식을 잘 알게 됐을까. “혼자 쓰는 그 자체를 즐기다가, 함께 읽는 기쁨이 뭔지 알게 된 사람. 이제 김동식은 그렇게 정의할 수 있어요.”

김 작가는 데뷔 후 1000편이 넘는 소설을 발표하는 대표적인 다작 작가다. 주로 짧고 강렬한 우화적 소설을 쓰는데, 3∼4일에 한 편을 쓸 정도로 꾸준하고 규칙적인 편이다. 그 비결을 물으니, 간결하고 강력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그게 제일 재밌어서”라고. 글감은 일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얻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의 인기 글이나, 거기에 달린 댓글들이 큰 도움이 된다. 소설을 위해 애써서 보는 게 아니라, 소설을 쓰기 전에도 즐겼던 일이다. “그 속에 온갖 세상만사가 들어있어요. 별의별 사람, 사연이 있고, 자칭 전문가도 많죠. 엄청난 글감의 보고입니다.”

쓰는 일 다음으로 즐거운 건 말하기. 연 300회 이상 강연을 다니는데 대부분 중, 고등학교다. 거절을 못 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사실은 “그때가 제일 행복해서”다. 자신의 책을 읽고, 독후감도 쓴 후, 호기심과 질문에 가득 찬 학생들의 생생한 기운이 좋다. 어쩌다 강연이 없는 날은 허전하고, 외로울 정도. 김 작가는 “작가가 돼 다행이라고, 이렇게 사랑받아 감사하다고 느낄 수 있는 현장”이라면서 “거의 ‘중독’된 것도 같다”며 웃었다.

7년간 단독 소설집만 14권, 그리고 ‘회색 인간’ 100쇄를 찍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김 작가는 첫 에세이를 쓰면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허들을 넘을 준비를 한다. 짧고 빠르고, 결말이 확실한 초단편이 주특기인 그가 호흡이 긴 장편 소설에 도전하겠다는 것. “워낙 제가 짧은 얘기를 좋아해요. 어릴 때도 ‘다음에 계속’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은 견디질 못했거든요. 하지만 작가로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라는 자각을 하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경장편부터 시도해 봐야죠. 언제가 될지는…, 음 ‘다음에 계속’(웃음).”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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