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환 앞둔 ‘어재연 수자기’… ‘영구환수’ 길 없나

신미양요때 미군에 빼앗겨
2007년‘장기대여’후 만료
美 “유산 아닌 전리품” 주장에
시민단체 “약탈 문화재” 반박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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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사진)가 다시 미국에 반환된다. 수자기는 전투를 지휘하는 장수를 뜻하는 ‘수(帥)’ 자가 적혀 있는 깃발로 1871년 신미양요 때 강화도 광성보 전투에서 미군에 빼앗긴 것이다.

인천 강화역사박물관은 ‘장기 대여’ 방식으로 2007년 국내에 들여온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를 오는 12일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되돌려 줘야 한다고 8일 밝혔다. 그동안 1∼2년 단위로 대여 기간을 계속 연장해 왔지만 더는 기간 연장을 갱신할 수 없어서다.

앞서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진행할 ‘동아시아 특별전’에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를 전시할 예정이라며 대여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15일까지 반환을 요구했다.

강화역사박물관은 해당 전시가 끝나면 대여 형식으로 다시 수자기를 들여올 계획이지만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은 일단 검토해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낸 상태다.

수자기는 조선시대 군영 최고 지휘관이 사용한 군기(軍旗)다. 특히 4.7m×4.5m 크기의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수자기로 서구 열강의 침투과정에서 벌어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등의 전쟁사를 기억할 수 있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문화재청과 인천시도 국보급 문화재인 수자기의 영구 환수를 위해 그동안 미국과 다방면에서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자기 환수는 미국법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장기 대여’ 방식의 지속적인 연장에 주력해 왔다. 미국은 수자기를 문화유산이 아닌 미 해군이 전투에서 승리해 얻은 ‘전리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한 ‘어재연 장군 수자기 영구 반환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수자기는 미군의 전리품이 아닌 약탈 문화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토론회를 주관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수자기는 미국의 부당한 전쟁 수행과 개입 과정에서 약탈해 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