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진오 전 인천시 대변인이 지난 20일 인천의 한 북카페에서 자신이 쓴 ‘대장간 이야기’ 출판기념회를 열고 대장장이 장인이 만든 호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장간 이야기’ 책 펴낸
정진오 前인천시 대변인
匠人에 일 가르쳐달라고 부탁
제대로 배우려면 5∼6년 걸려
손재주 필수…극구 말려 포기
“지금도 쓰이는 호미 종류 여럿
지역마다 그 생김새가 다르죠”
인천 = 글·사진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원래는 대장일을 직접 배워 지금은 대장간이 사라진 인천 강화도에 대장간을 차리려고 했습니다.”
25년을 신문기자로 일한 정진오(55) 전 인천시 대변인이 우리 주변에서 영영 사라질지 모르는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모습을 기록한 ‘대장간 이야기’(교유서가 발행)를 펴냈다. 기자에서 이제 작가로 변신한 그는 2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록자가 아니라 실제로 대장장이가 되려 했었다”고 말한 뒤 2014년에 대장간을 처음 취재하면서 만났던 인일철공소(인천 도원동) 송종화(89) 장인을 2년 전 여름에 다시 찾아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정 작가는 “송 장인에게 대장간 일을 좀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제대로 배우려면 5∼6년은 걸린다며 손사래를 치시더라. 그것도 손재주가 있어야 한다며 극구 말리는 바람에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미련이 남아 몇 달 고민하다가 누군가는 그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며 책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그는 기자 시절 현장에서 취재원으로 만났던 대장장이부터 찾았다. 인천 최고령 대장장이인 송 장인을 비롯해 그의 동생인 인천철공소 송종원(81) 장인, 인해철공소의 김일용(74) 장인, 도원철공소의 나종채(75) 장인 등이다. 또 문화재청의 요청을 받고 국보 1호 숭례문 복구 과정에 참여했던 영흥민속대장간의 이규산(79) 장인과 일본 조총 발상지 가고시마(鹿兒島)현의 마지막 대장장이 우메키 쇼지(梅木昌二·57) 장인을 어렵게 찾아내 그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296쪽 분량의 책은 혼자서 1년 6개월에 걸쳐 현장을 누비며 완성한 결과물이다.
정 작가는 “기자 일을 그만두고 공직에 있던 2년여의 공백이 있었다지만 다시 현장을 뛰는 게 많이 힘에 부쳤다”며 “그때마다 이때껏 대장간을 지켜내온 대장장이 장인들의 망치질 소리에 힘을 얻곤 했다”고 말했다.
“대장간을 흔히 호미나 낫, 괭이, 쇠스랑 같은 농기구를 만드는 곳 정도로 알고 있잖아요. 지금도 두루 쓰이는 호미의 종류가 여럿이고 지역마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건 잘 모를 겁니다. 고장마다 토질이 다르기 때문인데 갯벌에서 바지락 같은 수산물을 채취할 때도 호미가 쓰입니다.”
그는 “대장간이 아직도 존재해? 왜 필요해? 라며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농촌과 어촌에는 여전히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중국산 호미나 괭이와 비교해 대장장이 장인의 제품이 기능이나 내구성이 뛰어나 충분히 경쟁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지금의 대장장이 장인들이 일을 그만두면 대장간은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며 “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대를 잇고 있는 일본의 대장간처럼 우리도 지역에 대장간이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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