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습격에 한국 유통 무너질 판… “중국경제 식민지 될라”[한국경제 흔드는 ‘차이나 대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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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흔드는 ‘차이나 대공습’ - <1> ‘극초저가’로 시장 장악

알리, 한우·계란 1000원 행사
매일 전상품 10초도 안돼 매진
지난달 국내 결제금액 2000억
올해 도매시장 진출까지 노려
美선 테무 등장에 저가숍 폐쇄

알리익스프레스(알리)는 지난 18일부터 인기 한국 상품을 초저가에 판매하는 ‘1000억 페스타’ 행사를 열고 있다. 행사에서는 한우·계란·과일 등 신선식품을 하루 두 번 선착순으로 1000원에 판매하는데, 매일 모든 상품이 행사 시작 10초도 안 돼 매진되고 있다. 알리는 여기에 쇼핑 지원금으로 1000억 원을 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행사를 시작하면서 앱 사용자수가 이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고 말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 플랫폼이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유통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기존 시장 질서를 교란할 만한 파격적인 ‘극초저가’ 전략과 함께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 구색이 비결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중국 앱에서 상품을 고르는 재미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는 뜻을 담은 ‘알리지옥’ ‘테무지옥’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 플랫폼에 넘치는 소위 ‘짝퉁’과 유해·선정성 상품,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앱 시장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소비자의 알리 결제금액은 약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000억 원) 대비 2배로 뛰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알리 결제금액은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무 결제금액도 지난달 250억 원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8월 10억 원에서 25배가 됐다. 도매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점도 국내 유통업계에는 큰 위협이다. 알리의 도매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비즈니스’는 최근 한국어와 원화 결제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전제품이나 액세서리, 의류 등 상품 200만 종 이상을 도매로 뿌릴 계획이다. 알리가 도매 분야에서도 ‘수수료 제로(0)’ 정책으로 국내 제조기업과 중간 유통업체들을 끌어들일 경우 제조 생태계 자체가 중국 플랫폼에 장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커머스 앱 가입자 수는 이미 국내에서 1467만 명(중복 포함)을 넘어섰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알리와 테무·쉬인 앱 사용자 수는 각각 818만 명, 581만 명, 68만 명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물건을 받아 한국 시장에 파는 구매 대행업의 경우 이미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테무의 미국 시장 진출에 직격탄을 맞은 ‘미국판 다이소’ 달러트리는 최근 북미 지역에서만 매장 약 1000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차세대 아마존 킬러로 불리던 테무가 알고 보니 ‘달러숍 킬러’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의회는 테무가 중국 위구르족 및 그 외 소수민족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위반했다며 수입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테무에서 구입한 폴로 셔츠 단추에서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DBP)가 검출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프랑스 하원은 패션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쉬인을 겨냥해 저가 의류에 상품당 환경부담금 5유로(약 7200원)를 부과하고, 판매 광고를 금지하는 ‘패스트 패션 제한법’을 가결했다.

김호준·박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