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 부르는 ‘묻지 마 지지’[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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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애리조나 피닉스를 찾아 인텔에 당초 예상을 웃도는 195억 달러(약 26조 원)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직접 방문해 지원계획을 밝힌 것은 2020년 대선에서 0.4%포인트 차로 신승했던 핵심 경합주 애리조나에서 경제 성과를 부각해 표심을 공략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주일 전인 13일에는 위스콘신 밀워키로 날아가 33억 달러 상당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3600만 달러 규모 밀워키 현지 인프라 예산을 비롯해 조지아 애틀랜타 내·외곽 연결도로(1억5800만 달러),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고속도로 포장(1억5900만 달러) 등 상당수가 경합주에 집중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경합주에 많은 예산을 배정한 것은 11월 대선 때문이다.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곳은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 노스캐롤라이나를 더한 7개 주 정도가 될 전망이다.

정부 예산뿐 아니라 선거운동 및 각종 정책·공약 역시 경합주에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는 3월을 ‘행동의 달’로 명명하고 6주 동안 3000만 달러 규모 TV·디지털 광고를 시작했는데 미 전역이 아닌 7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했다. 선거운동 사무소 100곳을 열고 신규 운동원 350명을 채용하는 계획도 경합주에서 진행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미 역사상 가장 친노조 대통령”이라고 공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 운송노조 팀스터스를 만난 것 역시 경합주의 힘이다. ‘러스트벨트’의 노조원 수는 215만 명으로 미 전체 유권자의 1%도 안 되지만, 경합주 절반인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표심을 좌우한다. 경합주는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 성명을 냈다.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갈등에도 가자지구 휴전을 밀어붙이는 건 미시간 인구의 2.1%인 아랍계 유권자들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합주에 집중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행보를 보면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뉴욕 등이 주별 인구순위 1∼4위지만 각각 민주당 지지(캘리포니아·뉴욕), 공화당 지지(텍사스·플로리다)가 확실해 대선 표 계산에서는 찬밥 신세다. 그나마 인구가 많은 주는 텃밭 관리 차원에서 관심이라도 두지만, 유권자 및 선거인단 수마저 적은 ‘묻지 마 지지주’는 대선 내내 후보 발길 한번 닿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치인이 잡은 물고기(유권자)에게 관심 두지 않는 것은 총선을 앞둔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정 정당이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상황에서 후보들은 유권자 아닌 당 지도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충성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셈이다. 사회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만은 관성대로 투표하는 대신 주인답게 내 지역·국가에 도움될 후보·정당을 찍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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