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질수록 부패한다… 위험한 ‘스트롱∼맨’[Global Window]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2 09:09
  • 업데이트 2024-04-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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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기 집권 중인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왼쪽부터) 대통령과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로이터 타스 연합뉴스



■ Global Window - 세계 장기집권 지도자들

최장기 집권 적도기니 오비앙
국영방송서 “권세를 지닌 신”

유럽 독재자 벨라루스 루카셴코
반정부시위대 박수쳤다고 연행

세번째 총리 이스라엘 네타냐후
극우 손잡고 초강경 외교정책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하면서 총 30년 동안 러시아를 통치하게 됐다. 2000년에 태어난 러시아인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단 한 명의 대통령만 겪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 못지않게 장기 집권 중인 통치자는 세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 20년 이상, 길게는 40년씩 권력을 쥐고 놓지 않는 통치자들이 많다. 이들이 처음 권력을 쥐게 되는 계기는 쿠데타, 이전 최고 지도자의 발탁, 민주적 선거 등으로 다양하나 권력욕에 눈뜨고 나서부터는 비슷하다. 자신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고 위협이 되는 이들은 무자비하게 탄압한다. 자신의 무능, 부패에 대한 비판을 외부로 돌리려 무고한 이를 적으로 삼기도 한다.

◇스스로 신이 된 대통령… 적도기니의 오비앙 = 세계 최장기 집권자는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82)다. 1979년부터 현재까지 45년을 집권 중이다. 북한과 매우 돈독해 2013년 ‘국제김정일상’을 받은 대통령으로도 유명하다. 식민지 시대 스페인 사라고사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삼촌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 전 대통령 밑에서 블랙비치 교도소장을 포함해 여러 직책을 맡다 1979년 쿠데타로 삼촌을 축출하고 국가를 장악했다.

마시아스 전 대통령은 10여 년간 폭정을 휘두른 혐의로 사형에 처해졌다. 쿠데타로 최고 지도자가 된 그는 1982년 새 헌법을 제정하고 7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7년마다 치러진 6번의 대선 모두에서 100%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어 장기 집권하고 있다. 미국 등 서구에선 해당 선거 모두를 부정선거라 비난하는데, 실제로 98%의 득표율로 당선된 1989년 대선에서는 한 지역구에서 103%를 득표하는 일도 있었다.

오비앙 대통령이 만든 적도기니 민주당(Democratic Party of Equatorial Guinea, DPEG)에 의해 일당독재가 이뤄지고 있는 적도기니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하고 억압적이며 반민주적인 정부로 간주되지만 동시에 석유를 가진 행운의 국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적도기니는 1인당 소득 측면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부유하다. 하지만 부의 대부분을 오비앙 대통령 일가가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의 5분의 4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다.

오비앙 대통령은 스스로를 신이라 표현하며, 모든 대중 연설이 끝날 땐 국가가 아닌 본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문장으로 끝내는 등 자신을 향한 숭배를 장려해왔다. 지난 2003년 적도기니의 국영 라디오는 그를 “사람과 사물에 대한 모든 권세를 지닌 신”으로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줄 계획이다. 아들인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망게 부통령은 원유 판매 대금을 빼돌려 해외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수만 쳐도 연행…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0) 벨라루스 대통령의 통치 기간은 30년이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 불리는 그는 옛 소련공산당 소속으로 복무하다 1991년 소련 해체를 반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고위층 대상 부정부패 척결운동을 벌이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그에 힘입어 1994년 벨라루스의 첫 민선 대선에서 당선됐다.

대통령이 된 후 그는 본색을 드러냈다. 먼저 1996년 대통령 임기를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했고 2001년 또 한 번 대통령이 된 후에는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직 3선 금지 조항을 없앴다. 종신집권으로 가는 길을 닦은 것이다. 이후 4번의 선거에서 80% 전후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돼 6선 대통령이 됐다. 그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의원들로만 채운 새 의회를 소집했고 헌법재판관, 국회의원, 선거관리위원 등에 대한 임명권을 대통령이 갖게 하며 자신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야권 인사들의 의문사 사건도 빈번히 일어났다.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논란과 시위가 있었지만 이 역시 강하게 억눌렀다. 2020년 대선 직후 항의 시위를 조직한 야권 인사들에게 10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하는가 하면, 2006년에는 시위대가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단체로 박수를 치자 벨라루스 경찰들이 ‘공공장소 박수 금지법’ 위반으로 마구잡이로 연행해 논란이 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현 임기는 내년까지이나, 내년에 열릴 대선에 또 한 번 도전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상태다. 이와 함께 루카셴코 대통령 역시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장남인 빅토르 또는 막내아들인 니콜라이가 물망에 올라있다.

◇장기집권 위해서라면 극우와도 손잡는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 민주주의가 정착된 서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74) 이스라엘 총리는 특이한 사례다. 1996년 처음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그는 2009년 다시 총리직을 맡아 2021년까지 재임했다. 이어 여러 번 연립정부(연정)가 성사되고 깨지는 혼란을 거듭한 이후 2022년 12월 다시 총리로 복귀해 지금까지 총리 자리에 있다. 16년 이상을 총리로 재임한 것이다.

그의 장기집권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세력이 바로 우파다. 팔레스타인에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는 이스라엘의 우파가 그의 지지 세력이다. 직선제였던 1996년 총리 선거에서 온건파였던 시몬 페레스 당시 총리를 이길 수 있었던 것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초강경 정책을 내세워 상대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아리엘 샤론 총리 내각(2001∼2006)에서 외교장관, 재무장관 등을 맡았던 그는 샤론 총리가 온건파로 돌아서며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철수 계획을 발표하자 강경발언을 하며 우파를 자극했고 이에 힘입어 2009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심지어 극단주의 세력과도 손을 잡았다. 2022년 11월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 소속 리쿠드당이 크네세트(의회) 120석 중 32석에 그치자 그는 12석을 가진 극우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와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했다. 오츠마 예후디트는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오니즘에 기반을 두고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정당이다. 극우화된 네타냐후 내각은 이스라엘 정착촌을 더욱 확장하는 등 갈등을 부추겼고, 결국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10%도 되지 않는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을 지적하면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 안보를 제물로 바쳤다”고 평가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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