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만 챙기면 된다는 오만[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2 11:37
프린트
방승배 정치부 부장

총선의 달 4월이다. 이번 총선은 역대 선거에서 볼 수 없던 현상이 많았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렸던 지난 대선에 이어, 사실상 ‘대선 불복’처럼 계속돼온 여야의 타협 없는 정쟁으로 거대 양당에 대한 혐오가 강해지면서 제3지대 정당이 기세 좋게 등장했는데 맥을 못 추고 폭망하는 중이다. 대신 기형적 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조국혁신당 돌풍이 일어났다. 중도층 싸움에 불리하다고 우군인 더불어민주당에서마저 손절을 당했는데, 부동층으로 이동했던 민주당 지지층의 야권 이탈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몸값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선거는 흔히 중도층 잡기 싸움이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중도층보다 지지층 결집에 더 집중하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정권 심판’ 구도가 지배하는 형국이기도 하겠지만, 고정 지지층만 잡아도 될 정도로 유권자 지형이 변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민주당의 맹목적 지지자가 30%인 데 비해 국민의힘 맹목적 지지자가 20%로 절대 지지층 규모에서도 민주당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총선 취재 과정에서 판세가 우세하다고 판단하는 민주당 후보 중에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역 토론회에 불참하는 ‘오만한’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지역구를 ‘격전지’가 아니라 ‘격차지’라고 주장하며 취재를 거부한 정청래 의원이 시작이었다. 민주당 후보자들은 당의 선거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매일 20여 명씩 대기 줄을 서고 있다. 우리 편 챙기기 일환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지역에서 인사를 나눈 시민에게 ‘2찍 아니겠지’라고 말하는 등 갈라치기도 서슴지 않는다. 조국 대표는 국회 입성 후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며 ‘정치 보복’을 호기롭게 내세우더니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과거 같으면 역풍이 불 만도 한데, 야당 우세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까지 뒷받침되니 ‘정권 심판 만능론’을 그냥 오롯이 믿고 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선거 막판에 터진 ‘편법 대출’과 ‘아빠 찬스’ 논란 등 민주당 후보들에게 집중되는 ‘공정’이슈들이 간단치 않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워낙 인화성이 높은 데다 2030과 중도층을 자극할 수 있고, 조국식 ‘내로남불’의 기억을 다시 소환시킬 수 있다. 양문석 안산갑 후보의 “우리 가족 대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도 없다”는 적반하장 식 주장과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관철시키겠다”는 ‘보복성’ 발언은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민주당이 공천을 취소했던 세종갑 이영선 전 후보의 갭투기 의혹에 비춰 연일 터져 나오는 후보들의 의혹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데, 지도부는 여당의 ‘흠집 내기’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비례 1번인 박은정 후보 남편의 고액 수임료와 전관예우에 대한 해명은 ‘조국의 강’ 아니라 ‘박은정의 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누가 누구를 심판하려는 선거인지, 심판론을 꺼낼 자격은 있는지 두 눈을 부릅떠야 할 시기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방승배 정치부 부장

방승배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