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자식은 어떻게 태어났나… 원작의 충격과 공포를 이어가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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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개봉 ‘오멘: 저주의 시작’

적그리스도 탄생 앞장선 성당
강인했던 수녀의 절망감 그려


“엄마, 나 어떻게 태어났어?”

보통 아이의 질문이라면 어느 정도 ‘선’에서 말해야 할지 난감한 정도이지만, 사탄의 자식 ‘데미안’이 묻는다면 손이 덜덜 떨리는 공포가 된다. “응. 넌 적그리스도야. 짐승의 씨를 받아 태어났어”라고 비밀을 누설하기엔 아이가 너무 무섭고 내 생명이 위태로워지니까.

3일 개봉하는 영화 ‘오멘:저주의 시작’(연출 아르카샤 스티븐슨)은 오컬트 호러의 고전인 원작 ‘오멘’(1976)의 프리퀄로 사탄의 자식이자 적그리스도 ‘데미안’의 탄생 기원을 다룬다. 때는 1971년, 독실한 신앙을 가진 미국 수녀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이 수녀가 되기 위해 가톨릭의 총본산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보육원으로 온다. 마거릿은 해당 보육원에서 적그리스도를 탄생시키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일상은 환각과 공포로 뒤덮인다.

영화는 원작 ‘오멘’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는다. 인물과 장면이 편의적으로 쓰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무섭고 으스스하다. 프랜차이즈에 기댄 양산형 저질 공포 영화가 아니란 얘기다. 전작 ‘오멘’이 ‘내 아이가 사탄의 자식이라니’란 충격을 줬다면, 이번 영화는 ‘성당이 적그리스도 탄생에 앞장서다니’와 ‘누군가 적그리스도를 낳아야 한다니’란 절망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공포의 주체가 양부모에서 임산부로, 양육에서 임신으로 바뀌며 보다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공포감을 준다. ‘꽉 찬’ 15세 이상 관람가로 충격적인 장면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출산 장면이 꽤 사실적으로 연출됐다. 짐승과의 성교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있다. ‘오멘’은 성서 요한계시록의 짐승의 징조를 의미하고, ‘666’은 짐승의 표식을 가리킨다.

‘특별한 사명’을 띤 마거릿은 자신과 자신이 지키려는 존재들을 지키며 정해진 운명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여성이다. ‘데미안’의 기원을 아는 마거릿의 존재는 이 세계의 희망이자, 후속편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오컬트 호러 팬이라면 여러 영화를 떠올릴 것. 특히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리메이크한 이탈리아 공포 영화의 걸작 ‘서스페리아’와 분위기가 닮았다. 이야기 구조도 비슷하다. ‘서스페리아’가 미국인 수지가 독일 발레 학교에서 겪는 일이라면, ‘오멘’은 미국인 수녀 마거릿이 이탈리아 로마 성당에서 겪는 일로, 모두 미국인이 겪는 이국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감각적인 연출도 닮았다. 두 영화 모두 카메라의 야릇한 움직임으로 으스스한 악마적 기운을 뿜어낸다.

원작 ‘오멘’을 봤다면 반가울 연결고리가 알차게 설계돼 있다. 원작에서 전율을 일으켰던 “(데미안,) 다 널 위한 거야”란 대사가 그대로 나온다. 데미안의 양아버지로 출연했던 그레고리 펙이 사진으로 등장하고, 비밀을 혼자 알고 있던 브레넌 신부의 젊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성공적인 프리퀄로 ‘엑스맨’ 시리즈를 다시 일으켰던 ‘엑스맨:퍼스트 클래스’도 연상된다. 이 영화의 원제는 ‘더 퍼스트 오멘’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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