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출협 갈등과 K북 피해[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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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문화부 차장

최고의 파트너에서 최대 ‘빌런’(악당)이 됐다. 출판 정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계 대표 단체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이야기다. 서울국제도서전 보조금을 둘러싼 갈등이 해를 넘겨도 풀리지 않더니, 어느새 올해 도서전이 코앞이다.

오는 6월 26일부터 닷새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외 출판사 500군데가 참여하며, 해마다 10만 명 이상 다녀가는 국내 최대 책 축제다. 또한, K-콘텐츠와 함께 그 위상이 높아진 ‘K-북’ 저작권이 판매되는 대규모 장터다. 의기투합해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두 주체가 지금, ‘따로’ 놀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해 도서전 수익금 정산 누락 의혹으로 윤철호 출협 회장 등을 수사 의뢰했고, 도서전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출협도 강경하다. 명예훼손으로 문체부 공무원을 맞고소했고, 도서전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와 현장의 심정은 복잡하다. 우선, 도서전이 국고보조금 없이 치러지면서, 참가 출판사의 부담이 증가했다. 부스의 가격이 올랐고, 공간의 접근성도 다소 떨어진다. 문체부가 출협을 건너뛰고, 출판사에 최대 300만 원까지 직접 지급하겠다고 한 것에도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명목은 작가 초청 사례비, 홍보, 장비 대여 등. 예산이 6억7000만 원가량이니, 대충 계산해도 수백 개 출판사가 지원금을 받는다. 언뜻 고른 혜택처럼 보이지만, 현업 종사자들의 말은 다르다. 갑작스러운 공고나 불명확한 금액은 둘째 치고,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심사의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부터 든다는 것. 한정된 공간에서, 모든 출판사가 각자 구미에 맞는 행사를 치를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고, 출협이 이미 비슷한 응모를 받아 출판사를 선별 중인 것도 부담이다. 한 중소출판사 대표는 “도서전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문체부와 출협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그 피해가 고스란히 출판인들과 독자들에게 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도서전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상황의 개선은 요원하니, 결과론적인 상상이 앞선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유인촌 장관이 연일 진행한 현장 간담회에서, 당시 대립각을 세웠던 출협을 우선순위에 뒀다면. 지난 3월 유 장관과 출판계의 만남 때, 출협이 적극적으로 나와 줬더라면. 유 장관은 한동안 “수사가 진행 중이라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출판인들의 원성을 샀다. 대화의 창이 열렸을 때는 출협이 “(유 장관이) 진정한 대화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거부했다. 주거니 받거니. 결국, 제대로 된 대화가 아직 없다. 일각에서 명분이나 논리가 아니라, 양측이 ‘힘겨루기’만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과거 ‘재고 떨이’란 오명을 썼던 도서전이 국제적인 행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건 전문성을 갖춘 출판인들과 이를 믿고 지원해 온 문체부의 역할이 크다. 그런데 도서전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서로를 겨냥하더니, 결국 도서전 안에서 ‘동상이몽’ 하게 됐으니 아이러니다. 그 힘겨루기 좋다. 대신, 만나서 대화로 하면 어떨까. 출판 정책을 논하는, 그런 건설적인 힘겨루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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