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누구나 ‘재주 팔아 먹고사는’ 세상 열다[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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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는 전 세계 인류 20억 명이 매일 10억 시간 이상 시청하고 있는 미디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1인당 월평균 유튜브 사용 시간이 40시간이 넘으면서 3개월째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이는 지난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로 증가한 수치다. 로이터 연합뉴스



■ 유튜브, 제국의 탄생
마크 버겐 지음│신솔잎 옮김│현대지성

“유튜브로 당신모습을 방송하라”
그래픽 디자이너가 20년前창업
괴짜 크리에이터들 덕에 급성장

매일 10억시간 이상 영상 재생
세계에서 가장 힘 센 미디어로
내부 300명 인터뷰하며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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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미디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숫자가 약 20억 명,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 1분에 500시간 이상 영상이 업로드되고, 매일 10억 시간 이상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시청된다.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텔레비전에서 뉴스나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유튜브는 텔레비전과 동의어이다.

‘유튜브, 제국의 탄생’에서 마크 버겐 미국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유튜브가 2005년 창업 이후 지난 20년 동안 어떤 길을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약 300명에 이르는 내부자 인터뷰, 수많은 기사와 자료를 인용하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낸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마찬가지로, 유튜브 역시 실리콘밸리의 쥐가 들끓는 한 차고에서 시작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체드 헐리가 프로그래머 친구 스티브 첸, 자베드 카림을 끌어들여 ‘멋져 보이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세 사람은 영상을 공유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하고, 텔레비전을 가리키는 옛 속어 ‘붑 튜브(boob tube)’를 변형해서 그 이름을 유튜브(Youtube), 즉 ‘당신을 위한 튜브’라고 지었다. 내부 시행착오를 거쳐 유튜브는 “보통 사람이 찍은 개인 영상들을 올리는 인터넷 저장소”로 올바르게 방향을 잡았다. 2005년 5월, “당신의 모습을 방송하세요”를 모토로 유튜브 시대의 막이 올랐다. 댓글 달기, 공유 버튼, 자동 추천 동영상 등의 기능도 슬쩍 추가됐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보고 싶어 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봐주길 바라는” 욕구를 정확히 겨냥한 성공 비결이었다.

유튜브의 성장은 가팔랐다. 후에 크리에이터라고 불리게 될, 젊고 창의적인 괴짜들 덕분이었다. 어릴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무엇이든 찍어대던 이들은 비디오 영상을 마구잡이로 올리기 시작했다. 록밴드 노래를 립싱크로 부르면서 일본도를 휘두르는 식이었다. 무용성,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열정은 시청자 웃음과 함께 기이한 전염성을 일으켰다. 제품 언박싱, 손가락 깨무는 찰리 등 원초적인 콘텐츠가 뜨겁게 인기를 끌었다. 론칭 1년 후, 유튜브는 하루 시청되는 동영상 8000개, 미국 온라인 영상의 60%를 점유하는 성과를 거뒀다.

유튜브의 빠른 성장은 투자자들 눈길을 끌었다. 세쿼이아캐피털의 롤로프 보타가 최초로 투자했고, 곧이어 구글이 달려들었다. 2006년 10월, 유튜브는 구글에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됐다. 과도하다는 비판이 잇달았으나, 지난해 유튜브 광고 매출이 304억 달러라는 걸 고려하면 이는 선견지명이었다.

유튜브는 텔레비전 같은 올드 미디어가 인정하지 않는 인재나 기업을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미디어 스타로 만들고, 초기부터 그들에게 돈을 지급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소셜미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정책이었다. 덕분에 퍼포머, 셀러브리티, 아티스트, 강사 등 ‘관종’이 되려는 이들이 ‘유튜브의 심장’인 크리에이터가 되어 자기 재주를 팔아 먹고살 수 있었다. 13세 때 유튜브를 시작한 미스터 비스트는 전 세계 2억40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해서 연간 수입 9300억 원을 올린다. 또한 ‘아기 상어’ 춤은 역대 최대 조회수인 120억 회를 기록했다. 저자는 유튜브와 크리에이터 사이의 ‘밀당’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유튜브는 저작권 불법 침해, 포르노나 스너프 같은 외설 및 혐오 콘텐츠, 음모론 채널의 확산 및 인포데믹 유발 등 근본적 불안 요소를 안고 있었다.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테러 장면이 실시간 중계되기도 했다. 유튜브의 역사는 이 통제 불가능한 문제를 어떻게든 처리하려 애써온 분투의 역사이기도 했다. 문제는 저자가 유튜브의 인간적, 기술적 대응을 단순히 늘어놓을 뿐, 진정성이나 실제 개선 여부를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거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아쉬울 뿐이다.

20년 만에 유튜브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넘어서 세상을 지배하는 소통 도구가 됐다. 일상에서 정치와 경제에 이르는 인류의 모든 것이 동영상으로 바뀌어 유튜브 안에 들어갔다. 오늘날 유튜브는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구텐베르크 혁명을 이야기하듯이 우리 후손들은 유튜브 혁명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560쪽, 2만5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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