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 방사선, 적도 2 ~ 5배… ‘피폭’ 피하려면 항공기 날개 옆 앉아라[Science]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7 09:08
  • 업데이트 2024-04-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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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비행 중 노출되는 우주방사선과 피폭 기준

북극항로 지나는 미주 노선
타항로보다 방사선 영향 커
지난해 승무원 산재 첫 인정

승무원 피폭 선량 안전 기준
연 6mSv… EU 규정과 동일
일반인‘1’에 비해서는 높아

항공기내 피폭량 측정해보니
위치별로 5 ~ 10% 차이 보여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며 방출되는 방사선은 매우 인체에 해롭다. 하지만 방사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우라늄·라듐 같은 천연 방사성 물질이나 핵무기, 원자력발전소 등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우주에서도 방사선이 날아온다. 이른바 우주방사선(Cosmic Radiation)으로, 이 역시 많이 노출되면 암과 같은 치명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우주방사선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가급적 피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항공승무원의 우주방사선 안전관리가 이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극 항로를 통과하는 노선을 매우 자주 이용하는 탑승객이라면 비행기 날개 옆에 앉는 게 피폭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우주방사선, 무엇이며 왜 측정하는가 = 우주에서 생성돼 지구로 향하는 방사선은 태양계 밖에서 날아오는 1차 우주방사선과 대기층에 충돌한 후 지표면에 도달하는 2차 우주방사선으로 나뉜다. 이 중 1차 방사선은 초신성 폭발 등 태양계 외부에서 날아오는 ‘은하 우주방사선(GCR·Galactic Cosmic Radiation)’과 태양 흑점 활동에 기인하는 ‘태양 우주방사선(SCR·Solar Cosmic Radiation)’으로 다시 구분된다.

SCR의 경우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지구를 향하는 GCR과 달리 출발점이 태양으로 한정되며 에너지 역시 상대적으로 낮아 지구 자기장에 대부분 차폐된다. 다만, 11년 주기로 반복되는 태양 주기에 따라 GCR 피폭량이 변화하기도 한다. 태양 극대기엔 태양풍이 증가해 태양의 영향권 역시 확장되면서 결과적으로 지구에 입사하는 GCR을 차폐하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극소기엔 태양의 영향권과 차폐효과가 함께 감소해 피폭 선량이 증가한다.

최근 문제가 된 항공기 순항 고도에서 발생하는 우주방사선 피폭은 대부분 GCR 때문이다. 지구 인근에 도달한 우주방사선이 지구 자기장과 대기에 영향을 받는데, 대부분 전하를 지니는 우주방사선의 특성상 지구로 입사하는 과정에서 자기장에 의해 극지방으로 유도되기 때문이다.

◇고공비행 잦은 항공승무원이 주로 위험 노출…피폭선량의 법적 기준은 = 극지방 방사선량은 적도 지역에 비해 2배에서 5배가량 많다. 그러다 보니 북극 항로를 지나는 미주 노선의 피폭량 역시 다른 노선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 자기장을 극복한 우주방사선은 산소·질소·아르곤 등 대기 입자와 충돌해 2차 우주방사선을 생성하는데, 대기와 계속 충돌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작아져 고도가 낮아질수록 피폭선량 역시 줄어든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대한항공이 북극 항로를 처음 취항하며 항공승무원의 우주방사선 피폭 우려가 처음 제기됐다. 2012년 생활방사선법을 통해 우주방사선 피폭선량 측정과 건강검진 등 항공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가 법제화됐고, 이후 2018년 항공승무원의 백혈병 산재 신청이 접수되고, 이원화된 안전관리체계와 피폭방사선량 평가의 신뢰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우주방사선 안전기준과 관리감독 담당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일원화됐다. 우주방사선 실태 조사 등 기술적 규제 업무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맡고 있다. 차용호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장은 “현재 체계적인 데이터를 쌓아나가고 있고, 항공승무원들도 교육이나 건강검진 업무들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느낀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항공승무원의 피폭방사선량 안전기준을 연간 50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5년간 100mSv 이하로 정해 관리해 왔으나 2021년 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규정을 강화했다. 항공승무원 선량한도의 현행 ‘관리 기준’은 6mSv로, 유럽연합(EU) 규정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여전히 일반인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KINS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평균 자연방사선 피폭선량은 3.075mSv로, 이 중 우주방사선에 의한 연간 피폭선량은 0.255mSv다. 이런 자연 피폭을 제외하고 일반인은 1mSv 이상의 피폭을 당할 일이 거의 없다. 단거리 위주로 비행하는 저비용항공사(LCC) 승무원들의 경우도 5mSv를 넘는 경우는 흔치 않고, 대부분 미주·유럽 노선을 자주 운행하는 대형 항공사들의 승무원 중 5mSv를 넘는 경우가 가끔 나오는 정도다. 만약 6mSv를 초과할 경우 사업자는 해당 승무원의 안전·건강 관리를 위한 최적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피폭 피하고 싶다면 날개 옆에 앉아라 = 측정 장비가 항공기 내 어느 부분에 탑재되는지도 측정값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항공유가 주입되는 날개 옆은 항공유가 방사선 차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항공기 내에서 방사선 피폭량이 가장 낮은 부분이다. 우주방사선 피폭선량의 50%가량은 중성자로 인해 발생하는데, 항공유는 중성자를 차폐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우주방사선 피폭을 줄이고 싶다면 날개와 동체가 만나는 부분에 앉는 것이 좋다.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공기 내 위치에 따라 약 5∼10%의 피폭선량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한 사례로 일본에서 항공기 내 방사선 피폭선량을 측정했을 때 옆자리의 승객이 체구가 클수록 선량이 낮게 측정된 결과도 있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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